KBS기자-PD협회 "길환영 사장 퇴진, 朴대통령 사과하라"

[정미하기자] "청와대 부역 사장 길환영은 퇴진하라. KBS주인은 국민이다. 청와대는 사과하라."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KBS기자협회, KBS PD협회, KBS 경영협회, KBS 기술인협회, KBS 촬영감독협회 대표자들이 23일 길환영 KBS사장의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입구인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KBS 길환영 사장 퇴진 요구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KBS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보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방송 파행을 빚고 있다. 양대 노조는 "청와대 관련자를 해임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사과해야 한다"며 "KBS 내부의 정상화는 길환영 사장의 사퇴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KBS 사태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장기화되는 이유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에게 사죄하고 KBS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일절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예정돼 있는 파업이 노조의 파업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길환영 사장이 사내 담화방송을 통해 '좌파 노조의 정치투쟁'으로 규정한 데 대해 반론을 펼쳤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으로부터 보직을 받은 사측 간부들 역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에서 사퇴했다"며 "이번 파업은 노조 뿐 아니라 노조와 회사 간부가 일제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사상 최초의 '노사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대 노조가 총 파업을 결의한 것은 총 파업을 통해서라도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방송에 개입해온 길환영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KBS가 새롭게 변화하는 첫째 조건이 정권에 예속된 길환영 사장을 쫓아내는데 있다"며 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이 큐시트, 자막과 스크롤까지 개입하는 상황에서 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제대로된 방송을 통해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마이크를 들 수 있도록, 역설적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고 강조했다.

앞서 KBS기자협회는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한 이후 19일 오후 1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 상태다. 21일엔느 지역 보도국장 8명을 비롯해 KBS본사와 지역PD부장 13명이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업무 거부를 선언했다. KBS PD협회 역시 23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한편 오는 26일 KBS 임시이사회는 길환영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상정한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거나 해임제청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KBS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현재 KBS양대노조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기술직 중심으로 2천500여명으로 꾸려진 KBS 1노조인 KBS노동조합은 27일까지, 기자와 PD 1천200여명이 소속돼 있는 새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는 23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