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설명한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단어학습 원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단어의 의미를 깊이 처리해야 합니다. 단어 하나를 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점이 하나 생기는 것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단어 하나에 어떤 의미를 담아냅니다.
또 그 단어는 이전 사람들이 경험했던 지식이나 느꼈던 감정이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정체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단어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단순히 사전적 의미만을 외운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영어 단어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외국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어려운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단어는 자투리 시간에 대충 혼자 외우는 거라고 합니다. 한 아이가 학원에서 숙제를 받아왔는데, 5살짜리 어린아이가 처리하기에는 아주 어려운 단어들이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string instrument(현악기)이었습니다. string instrument도 어려운 단어이지만, 정작 그 해석인 현악기도 어려운 한국말입니다.
정작 그 아이에게 string이 무엇인지, 현(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고 달달달 기계적으로 외우라고만 합니다. 이 포인트가 바로 영어가 무너지는 접점입니다.
영어는 결국 말인데, 말의 기본이 되는 단어의 뜻을 정교하게 이해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누적이 되면 문장이나 문법에 가서 더욱 더 어려운 고비가 오고 결국에는 영어가 싫어지게 됩니다.
string은 '끈, 실, 줄, (악기의)현, 힘줄, 묶다'라는 뜻인데, 한자로는 '현(絃)'에 해당합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이 줄로 된 악기를 string instrument 즉, 현악기라고 합니다.
'현(絃)'이란 뜻은 그냥 느슨하게 늘어져 있는 선(線)이 아니라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 즉 장력이 있는 상태의 줄입니다. 원을 가로 지르는 직선이 있을 때, 두 교점의 곡선 부분을 호(arc)라고 하고 직선부분을 현이라고 합니다.
■ He put new strings on his guitar. 그는 기타에 새 줄들을 달았다.
'강한'이란 뜻의 strong은 원래 ‘단단히 묶인’이란 뜻에서 시작되었으며, string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스트레스(stress)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stress는 'string에 strong하게 묶여 있다'라는 의미에서 '긴장, 압박, 강제, ~에 강세를 붙이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strangle은 ‘줄(string)로 강하게 묶다'라는 의미에서 '목을 졸라 죽이다, 교살하다, 질식시키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 Getting enough rest is the best way to get rid of stress. 충분한 휴식이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He strangled her to death with a nylon stocking. 그는 그녀를 나일론 스타킹으로 교살시켰다.
string이란 단어 하나를 정교하게 이해하면서 암기를 해봅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strong, stress와 매우 어려운 수준의 단어인 strangle까지 외워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들 단어가 내 머리 속에서 서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지는 느낌이 오는지요?
단언컨대, 단어를 반복 암송하는 것만으로는 기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크레이크와 록하트(Craik & Lockhart, 1972)는 기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암송 기간이 아니라 그 정보가 처리되는 깊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이론을 정보 처리의 깊이(depth of processing)라고 부르는데, 재료를 심도 있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암송해야만 기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언어학자들이 ‘단어는 문장 내지 문맥을 통해서 외워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장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과정이 바로 기억의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앞서 설명한 string의 예와 같이 의미적으로 연결된 단어들을 함께 공부하는 방식으로 단어를 깊이 처리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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