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구매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미래부 등 정부부처는 왜곡된 휴대폰 시장 개선을 위해 이 법률안의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등 제조사는 '과잉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과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어떤 내용이 담겼기에 관련업계와 정부, 국회에서 핫이슈가 된 것일까. 아이뉴스24는 정부와 국회가 추진중인 법률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으며 어떤 사회적 효과를 가져올지 긴급 진단해 본다.[편집자 주] |
[허준기자]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누가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보조금에 차별을 두지 않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젊은 손자손녀없이 이동통신 가입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법률안은 크게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의무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제조사 장려금 조사 및 단말기 판매량, 장려금 규모 자료제출 등의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를 기대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윤종록 2차관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보조금이 투명하고 차별없이 지급되도록 한다는 것이 법률안의 취지"라며 "'보조금 투명지급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이같은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가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면서 국내 휴대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시장의 구조를 바로잡고, 휴대폰 유통시장의 왜곡도 개선하겠다며 등장한 이 법률안은 언론사들도 제각각으로 보도하면서 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과연 단말유통구조개선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무엇을 담았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살펴보면 보조금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다양한 조항을 담고 있다.
우선적으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당 차별의 유형 및 기준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사와 대리점, 판매점은 휴대폰 보조금을 반드시 공시해야 하며 공시 금액과 다른 보조금은 지급할 수 없다. 다만 15% 범위에서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출시 15개월이 경과된 단말기는 보조금 상한규제가 면제된다.
이를테면 통신사들은 월초나 주초에 이번 주(혹은 월) 제공할 보조금이 얼마인지 공개하고, 가입자에게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출시 20개월이 지나야 '공짜' 단말로 지급할 수 있던 것도 5개월 가량의 기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보조금 지급을 미끼로 특정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등의 사용의무 및 위약금 부과 등의 계약행위도 금지된다. 예컨대, 3개월 이상 69요금제를 유지해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고가요금제 강요행위가 금지된다는 얘기다.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한 고객에게도 이동통신사는 보조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을 제공해야 한다. 할인마트에서 휴대폰을 구입해 대리점을 찾아와도 단말보조금만큼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는 것.
휴대폰 판매점에서 벌어지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막기 위해 판매점은 반드시 이동통신사의 사전 서면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동통신사는 승낙한 판매점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감독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없는 승낙거부는 불가능하다.
이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불법이 생기면 통신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제조사는 이통사와의 단말기 유통 관련 협정을 체결할 때 부당한 거절이나 불이행을 할 수 없도록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정부가 불법 보조금 지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이동통신사 및 제조사에 단말기 판매대수 및 보조금 규모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래창조과학부 홍진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구조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기형적"이라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런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시장 위축 '어불성설'
법률안이 공개되자 일부 제조사들이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국내 휴대폰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발의 핵심은 정부가 '과잉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 규제당국이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관리감독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과도하며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 비밀을 제출했다가 외부에 공개되면 다른 단말기 제조사에 영업전략을 노출하게 돼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보조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우리 정부만 보조금에 문제를 걸고 있다는 얘기도 한다.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제공받는 보조금(혜택) 축소가 결국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킨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보조금금지가 후발 제조사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법안 통과로 단말기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이 위축되면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조사의 주장은 법률안 전반에 대한 이해부족이거나 과도한 걱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먼저, 법률안은 제조사가 제출해야 하는 자료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영업비밀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법률안은 단말기 판매량과 장려금 규모 등 보조금 시장을 감시하기 위한 자료 제출을 명시하고 있다.
미래부 홍진배 과장은 "법안이 말하는 제출대상 자료는 단말기 원가자료가 아니라 단말기 판매와 보조금 지급 구조와 관련된 것들"이라며 "더욱이 조사 목적으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으로, 대외공개 목적이 아니므로 영업비밀을 공개토록 한다는 제조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보조금을 정부가 규제하는 경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형적인 단말기 유통구조가 시장의 자율을 넘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조사들은 유통개선법률이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정말 그럴까?
단말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지 알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고가 수준의 특정 모델만 소비수준에 맞지않게 '과소비'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미는 특정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시각에서 본다면 고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비이성적인 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후발사업자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고양이가 쥐생각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래부 홍진배 과장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라는 것"이라며 "기종별, 시기별로 보조금, 장려금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출고가 자체의 가격차별, 시기별 출고가 조정, 재고처리 등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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