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항소법원은 왜 애플 손을 들어줬을까?
미국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이 애플의 삼성 태블릿PC와 스마트폰 판매금지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취지의 파기 환송 결정을 했다고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해 8월 배심원 평결이 난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의 첫 항소심 판결이다.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에 10억5천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했다.
배심원 평결 직후 애플은 특허 침해한 삼성 제품들에 대해 판매금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지난 해 12월 "애플이 삼성의 불법 제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하지만 판매금지를 정당화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결했다.
◆특허침해-피해발생 간 인과관계 요건 해석 달라
이번 항소심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 해 12월 루시 고 판사의 기각 결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루시 고 판사는 지난 해 12월 판결 당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판매금지 판결을 하기 위해선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판매금지 처분이 없을 경우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되며 ▲이 피해와 특허 침해 간에 강한 인과관계(casual nexus)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입증 책임은 판매금지를 요청한 원고 측에 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애플은 항소심을 제기하면서 ‘인과관계’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인과관계’ 는 최종 판결 전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때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따라서 이번 건처럼 최종 판결이 난 뒤 영구적인 판매금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엄격한 인과관계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기능이 복잡한 제품들은 딱 떨어지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애플의 논리였다.
항소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은 건 애플의 논리를 받아들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항소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은 굉장히 복잡하다”면서 “(1심 법원처럼 엄격한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할 경우)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 관련 소송에선 판매금지 명령을 내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1심 법원과 달리 항소법원은 특허 침해와 피해 간의 엄격한 상관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법리 해석을 한 셈이다. 항소법원은 “애플은 침해된 특허권과 삼성 제품에 대한 수요 간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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