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전시회(IFA)에는 때아닌 스타 요리사(쉐프)의 등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 쉐프들은 지멘스, 캔우드, 삼성전자 부스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법한 요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관람객에서 제공하느라 바빴다. 아예 삼성전자 윤부근 CE부문장(사장)까지 앞치마를 두른 채 쉐프들과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는 등 일일 요리사로 나섰다.
전시장 다른 한 켠에서는 미용사들의 헤어쇼가 펼쳐졌다. 거울과 의자를 놓고 여성 관람객들의 곱슬머리를 펴주거나, 생머리에 웨이브를 넣어주는 등 이벤트로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세계적인 전시회라 해서 가전회사의 주력 제품 전시나 제품 소개 일색일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로선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물론 단순히 요리를 제공하고 머리를 다듬어주기위해 마련된 행사는 아니었다. 쉐프들은 지멘스나 삼성전자와 같은 해당 업체 가전제품을 사용해 요리를 한다. 또 곱슬머리를 펴주는 미용기기는 '바비리스'의 제품이었다.
기업들 마다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강조하기위해 마련한 체험 마케팅의 하나였다. 미래 고객들을 확보하고,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더 많은 아이디어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생활가전의 경쟁은 이제 용량, 성능을 벗어나 각 지역 특성과 생활 문화를 반영해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은 이에 걸맞는 브랜드 이미지가 더 중요해 졌다.
이 때문인지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말 그대로 가전에 문화를 입히는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금융과 예술의 중심인 영국 런던 홀본에 디자인 연구소를 세웠다. 디자인연구소는 디자인연구소본부-라이프스타일 랩(Lifestyle Research Lab, LRL)-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roject Innovation Team, PIT)이라는 3개 조직이 협업한다. LRL이 생활양식을 연구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PIT는 제품의 콘셉트를 개발한다.
특히 LRL은 가족, 집, 교통, 일, 교육, 음식, 의류 등 현지 생활양식과 태도를 연구하는 조직이다. 가령 미국인들은 강한 냄새가 풍기는 음식을 먹지 않고,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이나 인도는 향이 강한 음식을 먹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식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세탁기 등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이윤철 상무는 "모바일 기기와 달리 가전은 생활양식에 따라 지역별로 선호하는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로 통용되는 제품을 만들기 힘들다"며 "철저히 각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스페인과 독일에서 음식 문화, 음식 보관법, 냉장고 사용법, 구매 행태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분석에 많은 투자를 들이고 있다. 이에 맞춰 각 지역에 특화된 가전을 개발, 선보이면서 유럽 소비자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세계 가전시장 경쟁도 '소프트 경쟁력'의 싸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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