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변화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격변기를 맞고 있는 IT서비스 기업들의 변신 움직임이 치열하다. 기업 안팍의 제반 여건들만 본다면 이들의 분위기는 침체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이들에겐 걱정할 시간도 없다. 또 다시 날아 오르려면 과감하게 변신해야 하고 힘차게 달려야 한다.
변신과 변화는 기업 내부는 물론 외형에도 적용되는 미션이다. 안으로는 치열하게 체질을 개선하고 밖으로는 미개척 지역으로도 손을 뻗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시장 공략 방식도 변했다. 전방위 전략이었던 곳은 선택과 집중으로, 집중화 전술을 구사했던 업체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여 놓고 있다. 원칙에 충실하며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 격변기 맞은 IT서비스 '생존하라'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각종 규제와 시장 상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IT서비스 업계가 순수한 의미의 국내 IT서비스 사업만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그룹 계열사들의 내부 수주 물량이 줄어들거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관계사들과의 거래도 어려워졌다.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 금지도 IT서비스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국내 IT서비스 산업은 지난 1980년대에 그룹 전산실을 통합해 출범한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초기 시장은 사회 전반에 불어온 정보화 열풍에 힘입어 매년 5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화 정책과 금융권을 비롯한 민간기관들이 IT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IT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e-비즈니스 열풍과 공공과 금융 시장의 대형 IT 프로젝트 등의 요인으로 IT서비스 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IT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를 노출하며 시장 정체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IT서비스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재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격변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수요는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에 대한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대형 사업을 통한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광범위한 통신 인프라망과 안정적 고객 기반을 보유한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IT서비스 시장 진출로 기존 IT서비스 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IT서비스 사업들은 기술적 요인보다 가격이 수주의 결정적 요인이 되면서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KRG는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 성장률은 3%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KRG는 2013년 IT시장 백서를 통해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은 신시장 및 새로운 서비스 창출, 해외 진출 확대를 통해 매출 극대화와 수익성 확보, 지속가능 경영을 실현하는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위해 조직 정비, R&D 역량 강화,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M&A 및 협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생존의 키워드는 '변신'
지난 7월1일 1위 I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가 공공분야의 IT서비스 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주력했던 금융과 공공 IT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각종 규제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국내 사업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도약을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IT서비스 업계는 삼성SDS의 갑작스런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지만, 시기의 문제였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국내 사업 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공공 IT사업의 경우 정부 예산 문제 등으로 애초에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분야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공공 정보화 사업 경험을 통해 해외 전자정부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전자정부 수출 사업은 현지시장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과 인력 투입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의 요인을 따져봤을 때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금융 IT사업의 경우에도 지난 3~4년 전부터 동종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
삼성SDS는 국내 사업으로는 수익성과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제조IT와 IT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권역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IT서비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와 정부 규제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들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사업을 통한 지속성장이지만 그 방법론은 제각각이다. 삼성SDS는 지속성장을 위한 키워드로 선택과 집중을 내걸었지만 LG CNS는 '솔루션'을, SK C&C는 '비(非) IT'를 각각 키워드로 선택했다.
포스코ICT는 설비IT의 핵심인 'EIC(전자·계장·통신)'를 롯데정보통신은 기업공개(IPO)가 화두다. 한화S&C의 경우에는 차세대 성장 키워드로 '에너지 경영'을 선택했다.
◆재도약 포부 IT서비스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삼성SDS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스마트 매뉴팩처링 및 타운(SMT)' 조직을 통해 전면화 되고 있다. SMT 조직은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IT와 IT 융복합을 통한 스마트 시티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
삼성SDS는 기존 공공과 금융사업 인력 대부분을 신설 조직으로 재배치해 해외 제조IT와 스마트 시티 구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중국 제조IT 시장과 중동지역 건설 융복합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LG CNS는 '비전 2020'을 구체화하며 '스마트 선도 기업'으로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2010년 7월 LG CNS 비전 2020을 통해 자체 솔루션 기반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 CNS는 자체 솔루션 차별화와 성장사업 확대, 지속적인 해외 사업 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솔루션 개발과 이를 통한 사업화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대중교통요금 자동징수(AFC)와 버스운영관리시스템(BMS) 등의 스마트교통 솔루션과 스마트 그린시티,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스마트 빅데이터 플랫폼 등 '스마트'로 이름을 단 컨버전스 사업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불가리아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 사업에 스마트 그린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자체 개발 솔루션 기반 해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SK C&C의 경우에는 '탈(脫) IT서비스 기업'을 공식 표방하면서 비(非) IT를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SK C&C의 3년 단위 네 번째 사업계획(4Th To-Be)은 2015년 IT서비스 기업이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의 기업으로 탈바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 아래 기업인수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SK C&C는 중고차 매매업체인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하면서 글로벌 온라인 자동차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엔카네트워크 플랫폼에 각종 IT를 접목시킨 SK C&C는 국내 중고차 매매 사업에 머물렀던 엔카네트워크의 사업 영역을 글로벌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자동차 매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SK C&C는 특히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분야라고 보기 힘든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구글, FDC, 보다폰, 싱텔, 차이나유니콤, 베리폰, 페이팔, 올로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과 글로벌 모바일 커머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기업인 포스데이타와 엔지니어링 기업인 포스콘의 결합으로 새롭게 출범한 포스코ICT는 공장 설비에 필요한 전기와 계장, 컴퓨터 관련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됨으로써 EIC를 통한 공장 설비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에는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로 IT융복합 사업에 집중해 전통적인 IT서비스 사업 구조를 탈피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현재 IT와 비(非) IT를 결합한 융복합 사업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롯데정보통신은 재원 마련을 통해 그린IT 솔루션과 IT와 이종 업종간 융합 사업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한화S&C의 경우에는 최근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IT서비스 업체다. 지난 2007년 여수열병합발전을 인수하며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한화S&C는 지난 해 11월 군장열병합발전까지 흡수 합병하면서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부터 에너지 사업 수행을 위한 조직내 전담팀을 신설하고 에너지 수요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통한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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