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도스또예프스끼의 대작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몇 번이나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읽으면서 작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인생과 종교의 의미에 대한 도스또에프스끼 특유의 사색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인류를 사랑하면 할수록 개별적 인간, 다시 말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줄어든다"는 유명한 문구를 발견하는 기쁨도 덤으로 누렸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 도스또예프스끼를 접하는 내 마음가짐은 사뭇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 소설 읽을 땐 과정보다 결과에 더 관심을 가졌다. 찬찬히 읽어가면서 음미하기보다는 빨리 빨리 책을 한 권 읽어내는 데 더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 당연히 지리한 묘사나, 도스또예프스끼 특유의 심오한 사색 장면은 건너뛰기 일쑤였다. 내게 중요한 건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간 중간 음미하고 사색할 여유가 없었다.
요즘은 그 때완 다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스토리 못지 않게 중간 중간 나오는 각종 묘사와 작가 특유의 깊이 있는 사색을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속도를 버리니까 글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엠톡 8월호 스페셜은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LTE-A'로 잡았다. 이번 특집을 위해 LTE-A가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 얼마나 빠른 지 실제로 실험까지 해봤다. 또 LTE-A의 장점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각종 콘텐츠나 부대 서비스도 함께 살펴봤다. 나름대로 충실하게 준비한 특집이라고 자신한다.
편집장으로 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엉뚱하게도 "LTE-A는 도대체 뭘까?"란 질문을 해보게 됐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 읽었던 '죄와 벌'과 요즘 읽고 있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오버랩됐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속도와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란 다소 철학적 성찰을 하게 됐다는 말이다.
3G가 LTE를 거쳐 LTE-A로 진화 발전하는 건 이용자 입장에선 분명 축복이다. 통신사들의 광고처럼 점프했다가 내려오는 사이에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다면 참 편리하긴 할 것 같다.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만 강조하는 것이 다소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자꾸만 분주하게 살라고 등을 떠미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최근 통신사들의 광고를 보면서 "다른 경쟁 포인트를 잡아볼 순 없을까?"란 생각을 해 본 것도 이런 생각과 무관치 않다.
LTE-A를 메인 요리로 준비하면서 이런 칼럼을 쓰는 게 독자들에겐 이상해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아날로그형 인간이 느끼는 아쉬움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엠톡이 준비한 LTE-A 기사들을 통해 최신 통신 트렌드를 좀 더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편집장 입장에선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김익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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