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 모토로라는 왜 노키아에게 주도권을 넘겨 주었는가
4회 : 모토로라는 어떻게 휴대폰 시대를 열었는가
노키아는 1998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4%를 차지하면서 휴대폰 역사를 써온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디지털 강자가 아날로그 강자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후 노키아는 제품과 시장 세분화를 통해 2006년에는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3개 중 1개(MS 34%)를 차지하면서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1위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 휴대폰 발전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휴대폰 시장 주도권이 애플로 넘어가게 된다. 발전 주도권을 빼앗긴 노키아의 경영성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노키아는 2012년 3분기에 6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1만명 정리해고 발표와 함께 본사 건물을 매각하는 등 살기위한 초강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주도권을 잡은 애플의 경영 성과는 경이적이다. 애플은 2012년 매출 대수로는 시장점유율이 7.8%에 불과 하지만 (스마트폰은 21%) 세계 휴대폰 업계 이익의 60%를 차지하였다.
노키아는 휴대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측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노키아는 1996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인 ‘노키아 9000’을 개발했고, 자체 OS(운영체계)인 심비안의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1조원 이상 투자하였으며, 스마트폰 생태계 구성을 위해 10조원 정도의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6년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 1위(MS 56%)를 차지하고 있었던 노키아가 2012년에 시장점유율이 5%로 추락하였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알고 엄청나게 준비해온 노키아가 불과 몇 년 전에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추락한 것일까? 휴대폰 산업 발전과 경영과 전략 측면에서 종합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연속적 혁신제품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기업이 지금까지 해온 사업과 다른 비연속 사업에 진출할 때는 해당 기술과 지식, 사람 확보만으로 불충분하며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시스템과 기업문화 등 새로운 경영능력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가 콘텐츠 사업에 진출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업에 맞는 구성원의 가치관, 사고방식, 일하는 방법 등 경영능력의 총체적 변화 또는 새로운 확보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전통적 휴대폰업체에서 보면 'HW+SW+디자인' 외에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외부 콘텐츠 연계 ▲새로운 Biz Model 설정 ▲컴퓨터/인터넷 기능 제공 등이 훨씬 더 중요하였기 때문에 비연속 혁신제품 (Discontinuous Innovation)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이전 노키아 등 기존 업체는 스마트폰 사업을 휴대폰 업체간 경쟁으로 보고(컴퓨터업체의 휴대폰 사업진출은 니취 마켓 차지 가정) 시장과 고객의 Sense & Response 관점에서 점진적 연속적 제품혁신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즉 스마트폰을 융합보다는 복합의 관점에서 멀티폰의 연장선상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일부기능을 첨가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었다.
또한 노키아는 스마트폰사업의 핵심을 OS에 두고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으나 정작 소비자가 중시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투자는 소홀히 했다. 아이폰 발표시 노키아 내부 대응 보고서에도 UI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UI 책임자를 새롭게 두어야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또한 경영기능적 관점에서 인적 구성, 업무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조직 운영방법, 기업문화 등의 획기적 변화를 모색하지 않았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사업을 시작할 때 게임기는 기존 제조업과 업의 개념이 다르다고 보고 분사를 하였고, 바이오 PC 개발을 위해서는 PC 개발인력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하여 오디오 인력을 투입했다. BMW사는 비연속 기술과 부속제품(예: iDrirve),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하여 본사에 이노베이션센타를 두고 글로벌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경영기능적 측면의 혁신적 변화를 시도하였다.
애플은 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전사 관점에서 탈PC 회사를 선언하고 회사명을 '애플컴퓨터'에서 '애플'로 바꾸고, PC, 미디어, 홈엔터테인먼트, 휴대폰 등을 두루 다루는 ‘미디어 플랫폼회사’로 거듭 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아울러 스티브 잡스는 1980년대 표명하였던 ‘컴퓨터라는 도구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원천이 되어야하며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에게 컴퓨터 기능을 선물해야 한다’ 라는 고객중심 사상을 아이폰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아이폰은 전화기능이 부가기능으로 간주될 만큼 다양한 컴퓨팅 기능이 제공되었지만 기존의 스마트폰과는 달리 간편하고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였다.
키패드 없이 손가락 모션으로 작동하는 터치스크린 UI를 사용하고, 이전 스마트폰이 웹페이지를 다운 받는 방식인데 반해 응용S/W를 스마트폰에 직접 다운 받아 컴퓨터처럼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펌웨어를 통해 해킹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앱스토어 활용도를 높혀주었다.
스마트폰 개발과 사업화에서 노키아는 기술중심이고 연속혁신 관점에서 추진되었지만, 애플은 고객중심이고 비연속적 관점에 추진되었다. 같은 스마트폰을 보고 어떤 경영적 관점을 가지냐에 따라 사업 추진 방법과 경영 성과에서 엄청나 차이를 낳았다.
2. 노키아는 상생의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산업의 재형성 전략(Reshaping Strategy)에는 M&A(규모, 범위), 파괴적 혁신(Disruption Strategy), 생태계 조성전략 (Reshaping Strategy) 등이 있다.
생태계 조성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①생태계 참가자에게 충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다는 관점의 제시와 비전을 공유하고(Shaping View), ② 참가자의 활동을 조직화하는 표준, 제품, 실행안인 플랫폼을 제시하며, ③ 조성자가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참가자가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사업을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노력하였으나 윈윈 관계보다는 노키아 위주의 생태계를 구축하려 함으로써 생태계 참가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였다. 즉 노키아는 콘텐츠를 사업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 관련 업체 인수 등에 10조원(90억 달러)을 투자하여 콘텐츠 업계의 많은 우려를 갖게 하였고, 콘텐츠를 수익 사업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이동통신서비스업계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었다.
반면에 애플은 매년 맥월드를 개최하여 개발자와 사업자들로 하여금 애플과 함께 비전을 공유 하도록 하였으며, 콘텐츠를 사업 대상이 아니고 사업 방법으로 보아 기존의 이통업계와 컨텐츠업계의 수입비율인 7:3을 깨고, 애플이 3 콘텐츠 업계가 7을 취하게 함으로써 초기에 우수 콘텐츠 업체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었다.
3. 노키아는 변곡점 시기를 포착, 대응하지 못했다.
신제품 신사업은 시장에 도입된 후 일정시간을 지나 특정시기가 되면 기술적, 가격적, 제반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가 있다. 이를 변곡점이라 하며 기업이 이를 활용하면 기회선점, 실기하면 기회상실이라 한다.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 시대는 정보, 지식,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쟁구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변곡점 대응 실패는 후발자로 탈락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다. 변곡점을 지나면 경쟁의 룰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중장기 관점에 변곡점 포착과 대비는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변곡점의 시기였다. ① 이동통신 인프라 측면에서 3G망 구축과 서비스(14.4Mbps) 개시로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 등 데이터 통신 처리 속도가 소비자가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까지 증가했고, ② ARM사가 Cortex버전을 출시하여 휴대폰의 CPU처리 속도가 일반 PC사양 수준인 1GHz까지 발전한 상태였으며, ③ 선진국의 PC보급율 성숙과 인터넷 활용 보편화로 많은 소비자가 이동 중에도 PC와 인터넷 기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만된 상태였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활용이 시작 될수 있는 시점(변곡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1월에, 노키아는 라스베가스 CES에서 스카이프사와 공동개발한 단순 인터넷폰인 ’N800'을 발표하였으나, 같은 달 애플은 맥월드에서 컴퓨터 기능을 비교적 충분히 갖춘 아이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시기 활용에서 두 회사가 확연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아이폰이 2007년 이전에 출시 되었으면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인프라와 부품 등이 뒷받침 되지 않아 성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과 2008년을 변곡점으로 예측 했을까? 확실치 않지만 처음 출시된 아이폰이 3G가 아닌 2G로 보아 변곡점 예측은 안 한 것 같다. 아무튼 사업은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고 보지만 보다 확실한 것은 새로 구축된 인프라의 선제 활용은 역사적으로 보나 앞으로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4. 노키아는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하였다.
특정회사 혁신제품이 시장에서 선도제품(표준)이 되려면 경쟁사보다 조기에 대량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조기에 대량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요적 측면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도가 높은 고객(컴퓨터와 인터넷에 Lock-in된 고객)이 매우 많고, 공급적 측면에서는 스마폰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고도의 컨텐츠 업계와 인터넷 업계가 풍부한 조건이 필요하였다.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러나 노키아는 2004년 이후 미국에서 모토롤라와 삼성에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노키아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휴대폰 사업에서의 매출 정체(댓수기준 MS는 지속 상승)를 탈피하기 위해 저가제품은 성장 개도국, 고가제품(멀티폰, 비즈폰)은 보급이 성숙된 선진국 중심으로 전개하였으나 성장과 이익은 아시아등 성장개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2001년부터 2007년 까지 성장개도국의 휴대폰 시장이 매년 20%대, 북미는 14% 성장을 하였지만, 노키아의 휴대폰 매출은 성장개도국은 매년 40%대, 북미는 매년 9%로 성장하여 미국시장에서 노키아의 기반은 약해지고 있었다.
2001년과 2007년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북미시장 비중은 19.8%에서 16.8%로 다소 낮아졌지만 노키아 매출에서 북미 비중은 20%에서 4.3%로 급격히 하락하였다. 휴대폰(피처폰) 강자인 노키아가 미국 시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을 때 애플은 컴퓨터폰인 아이폰으로 미국 시장을 석권하고 그 여세를 몰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의 선도회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노키아의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연속적 혁신이라는 잘못된 관점과 경영전략은 게리하멜의 핵심역량의 경직성(과거 성공요인에 대한 맹신으로 기업 몰락)과 토인비의 문명 창조자의 천벌(창조적 소수자가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하면서 문명 퇴보)이라는 기제로 설명된다. 거시적 문명 발전뿐만 아니라 산업발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자기혁신과 자기파괴를 하지 않으면 남이 나를 파괴한다는 것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에서 연구원(5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전자정보산업실에서 수석연구원과 실장(9년), 삼성전자 본사 경영기획팀에서 상무/전무/팀장(12년)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영학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세분화된 경영기능 분야와 산업별 다이내믹스 이해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학원에서 ‘산업구조와 경영전략’, ‘경영의 본질과 실행’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본질이 같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6000년 역사동안 발전 주도 문명과 주도 국가 변화,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이후 국가 발전 헤게모니 변화와 요인 등을 분석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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