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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업계 정책요구 1순위 '불공정 협상 근절'


SW산업협회, 회원사 의견 수렴해 미래부에 정책 건의 예정

[김관용기자] "소프트웨어 사업에서의 불공정 협상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가 박근혜 정부에게 불공정 거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매번 정부에 SW 사업 협상시 과도한 가격 할인과 과업 추가 등의 불공정한 협상 관행 근절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협회장 조현정)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 건의 의견 수렴 결과에 따르면 SW 업체들은 SW산업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의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SW사업 발주 관리 선진화를 위한 예산 확보나 상용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를 위한 예산 확대, SW사업 수행기간 확보를 위한 이월 예산 및 계속비 계약 활성화, SW사업의 적정한 감사 기준 마련, SW기술자에 대한 통합적 정량적 평가 체계 구축, SW원가산정 전문가 양성 등도 시급한 과제라고 답변해 SW사업 거래의 공정성 확보가 SW업계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조사됐다.

SW 공정거래 방안 외에도 SW 업체들은 ▲중소중견 SW전문기업 중심의 SW R&D 예산 확대 ▲국산 SW의 글로벌 현지화 체계 지원 마련 ▲우수 SW인력양성 중소기업 홍보 ▲전문 SW사업자 역량 평가 체계 개선 ▲SW인력양성 종합 지원센터 지정 및 운영 ▲SW산업 통계와 분류 체계 정비 ▲국가 주도 SW 전담 R&D 기관 설립 ▲새로운 SW 유통구조 선점을 위한 대형 국책사업 추진 등을 이번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국SW산업협회는 지난 정부의 3개년 SW산업 진흥책을 평가하고 이같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정책 건의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9일 이사회를 통해 15건의 정책 건의안을 승인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정식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SW산업진흥법에서는 3년 마다 정부 차원의 SW산업 진흥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3개년 정책은 대기업의 공공 SW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이었다. 한국SW산업협회는 내년에 발표될 3개년 SW산업 진흥책에 이번 정책 건의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아직 제도화 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새 정부에 전달할 정책 건의를 준비중"이라며 "SW사업에서 불공정한 협상 사례가 빈번해 근절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불명확한 제안요청서(RFP)가 불공정 협상 야기"

SW업계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의 공정성 확보를 요구하는 이유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과도한 계약금액 할인과 과업 추가 등의 불공정 협상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사업에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어도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협상 과정에서 제안요청서(RFP)에 없는 과업을 추가로 요구하는가 하면 발주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협상을 진행하려해 사실상 손해보는 사업이 부지기수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협상 관행은 우리나라 SW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부분이다. 발주처는 협상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거듭 번복한다. 하지만 작업 변경 대가는 지급하지 않는다. 예산이 빠듯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발주처 인근에 작업장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개발자들의 초과 근무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불공정 협상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SW사업의 제안요청서(RFP)가 매우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안요청서가 작업 분할 구조(WBS), 작업기술서(SOW)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SW사업의 제안요청서는 대부분 업무현황도, 시스템 업무 구성도, 시스템 구성도를 중심으로 30~50페이지 내외로 작성된다. 작업 분할 구조와 작업기술서 등을 포함해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있는 미국의 제안요청서와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제안요청서는 평균 200~300 페이지로 구성된다.

간단한 제안요청서는 요구사항의 잦은 변경을 야기한다. 제안요청서의 과업 범위 또한 모호해 변경사항을 명확하게 식별하기에도 곤란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SW사업에서는 가격과 예산 관련, 작업(Task)별로 투입 인력의 종류와 시간을 견적해 작업량과 비용을 정확히 측정하지 않고 있다. 작업과 해당 작업의 비용, 제안 가격간 연동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요구사항 변경에 따른 대가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식 IT관리 체계는 요구사항을 명확히 도출하게 하고 요구사항도 철저히 관리할 뿐 아니라 예산편성 과정에서 요구사항 조정과 가격 조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정보화 사업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잦은 요구사항 변경이나 금액 할인 등은 합리적인 IT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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