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정권 경종론'과 '힘 있는 여당론'이 맞붙었던 4.24 재보선에서 정치 거물인 안철수·김무성·이완구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여의도 정치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세 명의 당선인은 대선 주자, 혹은 당 대표급 거물이어서 일찍부터 승리가 예측됐지만, 모두 경쟁 상대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 관심 지역이었던 서울 노원병에서 안철수 의원은 재보선 특유의 낮은 투표율과 새누리당의 강한 조직세에도 불구하고 60.46%의 득표율을 얻어 32.78%에 그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국민멘토→서울시장→대통령 후보를 거쳐 먼 길을 돌아 국회로 진출한 안철수 의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는 곧 '새정치'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변화 의지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당장 안철수發 신당 창당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의 정치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오는 5월4일 당권 경쟁을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결국 안철수 당선인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야권의 정치구도 역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은 야당에 유리하지만 정권 출범 초반에 이뤄지는 선거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안철수 의원의 압승은 박근혜 정부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등장이 새누리당 혹은 박근혜 정부에게 꼭 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부산 영도에서 김무성 의원이, 충남 부여·청양의 이완구 의원이 상대를 압도적으로 눌렀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영도는 대선 주자였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적극 지원했음에도 김무성 의원이 65.72%의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주통합당 김비오 후보는 득표율 22.31%에 그쳤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입지가 이번 선거에서 그야말로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정권 당시 야권의 강력한 연대도 실종됐다. 강력한 여권 후보들에 맞선 야권 후보들은 후보 단일화 요구에도 선거를 완주했다. 결과적으로 부산 영도는 상대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었음에도 야당 후보들은 낮은 득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여당인 새누리당의 제 자리 찾기가 시급한데, 정치 거물인 김무성·이완구 의원이 돌아와 당이 무게감을 갖게 됐다는 점도 박근혜 정권에는 희소식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소원해진 당청 관계의 윤활유가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의원과 이완구 의원은 더욱이 차기 당권주자로도 거론되고 있어, 당내 권력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이같은 기대를 분명히 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대선 공약을 지키려고 무공천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하는 새누리당의 진심을 국민들이 손 잡아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병수 사무총장 역시 "지난 20년간 정권 출범 후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기는 1994년 이래 처음"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 수 있도록 국민이 새누리당에 채찍과 격려를 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박근혜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따끔한 회초리를 들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은 반대로 민주당에 경종을 울리고 회초리를 들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반면, 존재감을 상실한 민주통합당은 착잡한 분위기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더 낮고 겸허한 자세로 당의 변화와 뼈를 깎는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127명 의원들 모두 저마다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면서 처절하게 성찰하겠다"며 "민주당은 더 반성하고 성찰하고 더 혁신하는 것만이 가야할 길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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