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를 개발하는 동안 러시아에서 선진 로켓기술을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러시아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면서 결국 1단 전체를 완제품으로 제공받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러시아가 제공한 로켓은 놀랍게도 기존의 발사체가 아닌 차세대 우주발사체로 설계도를 그리고 있던 신형의 ‘앙가라’였다. 앙가라는 바이칼 호수와 연결된 강의 이름에서 따왔다. 나로호속에는 앙가라 로켓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우주발사체를 가진 러시아가 새롭게 앙가라 로켓을 개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연방 붕괴 후 주변 나라로 흩어져 있는 발사체 생산과 발사의 자립화,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앞으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저렴한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저렴한 발사체란 제작, 조립, 발사가 간단하고 간편해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러시아는 로켓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추력(추진력)이 높은 대형엔진 1개보다 추력이 낮은 엔진을 여러 개 묶어 높은 추력을 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대형엔진 개발에 많은 시간을 뺏는 연소불안정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지만 로켓의 제작과 조립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에 러시아는 4개의 연소실로 이루어진 RD-170엔진에서 1개를 떼어내어 연소실 하나로 이루어진 RD-191엔진을 개발, 앙가라에 부착한 것이다. 나로호 1단용으로 개조된 앙가라 로켓에는 이 엔진의 변형 모델로 추력을 낮춘 RD-151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나로호 1단의 엔진은 심플하게 1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 엔진이 만들어 내는 추력은 170톤에 이른다. 1개의 연소실로 이루어진 액체 추진제 로켓엔진으로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성능이다. 사실 RD-191 엔진은 190톤의 추력을 낼 수 있지만, 우주발사체는 보통 자신의 몸무게의 1.2배 내외를 적절한 추력으로 본다. 나로호가 약 140톤인 점을 고려해 추력이 170톤인 RD-151로 맞춘 것이다.
나로호 1단 엔진의 가장 큰 특징은 추진제(연료+산화제)를 100% 활용하는 효율에 있다. 액체로켓의 경우 추진제를 연소실로 보내기 위해서는 펌프와 이를 돌리기 위한 터빈, 이 터빈을 돌리기 위한 소형의 연소실(가스발생기)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나로호 1단에는 연소실이 2개가 있는 셈이다. 각각 별도의 연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로켓기술이 발달된 경우, 가스발생기나 주엔진에 같은 연료를 사용해 엔진의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무게를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보다 높은 기술은 가스발생기에서 사용된 불완전 연소한 연료를 버리지 않고 주엔진으로 보내 다시 연소시키는 것이다. 보다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얻을 수 있어 최상의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엔진은 버리는 연료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보다 무거운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나로호의 1단 로켓에는 2개의 날개가 달려있다. 이런 날개는 미사일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우주발사체에는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 날개는 나로호 1단에 1개의 엔진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나로호 1단은 엔진이 움직이면서 방향을 조정하는 ‘김벌형’ 엔진이다. 1개의 엔진으로 피치(비행방향 상하)와 요우(비행방향 좌우)축의 움직임은 제어할 수 있지만, 롤(회전)축은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나로호는 날개모양의 공기 역학적 표면을 이용해 롤축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나로호 1단은 발사 3분 52초 후 고도 193km에서 분리되지만, 그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1단의 분리 후에도 우리 기술로 만든 상단(2단 킥모터, 위성, 전자탑재부)이 고도 300km까지 상승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은 순전히 1단에서 온 것이다. 그만큼 1단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런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나로호 1단 무게의 93%는 추진제로 이루어진다. 엔진과 연료통 등 구조물의 무게는 겨우 7%에 지나지 않는다. 아주 극한의 다이어트를 한 것이다.
300km까지는 나로호 1단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것으로 위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300km에는 대기가 거의 없어 위성이 자리하기에 최저의 높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에도 중력은 존재하기 때문에 중력을 이길만한 속도에 이르지 못하면 다시 추락하고 만다. 나로호 1차 발사가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300km에서는 최저 속도 7.7km/s는 돼야 하는데, 나로호 1단으로 모자란 속도는 2단 킥모터가 제공하게 된다. 킥모터는 궤도로 마치 공을 차듯이 위성을 차(킥) 넣어주는 고체추진제 로켓(모터)을 말한다. 고도가 아닌 속도만 증가시키기 위한 로켓이라 특별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무게는 1,800kg으로 나로호 1단 무게에 2%도 미치지 못하는 소형 로켓이지만, 나로과학위성이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궤도속도의 50%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나로호 1단은 대기 중을 상승하며 중력과 공기 저항 등으로 속도를 잃지만 2단은 우주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손실이 거의 없어 보다 효과적으로 위성에 속도를 부여한다.
2단 킥모터가 작동하는 동안 자세제어는 전자탑재부에 있는 소형 가스분사형 추력기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 발사 540초 후 연소가 끝난 2단 킥모터에서 나로과학위성은 분리되지만 나로호의 임무는 끝난 것은 아니다.
2단 킥모터가 궤도속도에 도달했다 해도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빈껍데기인 2단이 나로과학위성과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자탑재부에 있는 추력기로 충돌 및 위성 오염 회피기동을 하게 된다. 이것으로 나로호의 임무는 끝나게 된다. 나로호의 3번째 도전, 이번에는 반드시 발사에 성공해 한국형우주발사체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정홍철 과학칼럼니스트(스페이스스쿨 대표)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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