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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성]'이벤트' 눈속임으로 내 정보 팔아먹는 기업들


[강은성기자] 늦은 저녁,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찾았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계산을 하니 영수증과 함께 작은 쪽지를 하나 준다.

쪽지에는 '3천만원의 행운이 펑펑'이라는 문구와 함께 영수증에 찍힌 행운번호를 입력하면 고액의 상품권, 순금100돈 등의 경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돌아오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경품 이벤트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불쾌함이 시작됐다.

이벤트 당첨시 경품수령을 위한 명목이라며 실명인증, 휴대폰번호, 집주소 등 인적사항과 자세한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그래, 잘 하면 당첨될지도 모르는데'라는 마음에 꼼꼼히 정보를 입력하고 개인정보 취급에 관한 각종 동의를 마치자 마지막으로 '그 칸'이 뜬다.

각종 생명보험사 9곳에 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다.

기자는 이미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은 법적으로 선택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음'을 클릭했다. 그 순간 '모든 사항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없다'는 문구가 화면에 나타났다.

심지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란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말까지 써 놓고도 이벤트 응모가 되지 않는다며 필수 동의를 요구한 것이다.

이 쯤 되니 홈플러스라는 거대기업이 과연 구매 고객을 위한 '감사이벤트'로 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인지, 9개 생명보험사에 고객 정보를 팔아먹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하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동의합니다'에 체크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오전부터 기자는 6곳의 생명보험사에서 일제히 전화를 받았다.

직접 겪은 이 사례 뿐만이 아니다. 화려한 경품을 준다는 '이벤트'를 앞세워 각종 개인정보를(심지어 이벤트와 상관도 없는 제3의 회사들에게) 대놓고 '팔아먹는' 대기업이 적지 않다.

올 초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 SK텔레콤이 OK캐시백을 운영하는 제3자 회사 SKM&C에 개인정보를 넘겨주지 않으면 가입을 거절하는 사례가 있었다.

18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시행한다.

법률이 강력하게 기업을 제재한다 해도 기업들이 이를 교묘하게 눈가림해 이용자에게 다시금 정보를 요구한다면 방법이 없다.

결국 이용자 스스로 '법률로 주민번호 수집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요구하는 사이트나 기업에 대해 항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자가 보다 명확하게 인지하고, 생각없이 내 정보를 '다른 회사'에 마음대로 팔아먹겠다는 기업들의 '동의합니다' 요구에 단호하게 '거부'를 내세울 수 있어야 비로소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의지의 문제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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