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우여곡절 끝에 웅진코웨이의 진로가 결정됐다.
웅진그룹은 24일 KTB 사모펀드와 함께 투자자를 유치해 웅진코웨이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인수 후 자금난에 빠진 그룹을 살리기 위해 알토란 같은 계열사 웅진코웨이 매각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최근 중국 콩카그룹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자금유치와 경영권 유지' 방식의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여의치 못했다. 검증되지 않은 콩카의 경영능력에 대해 시장이 우려를 표해 결국 콩카와의 제휴가 결렬된 것이다.
이날 웅진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웅진은 KTB사모펀드와 신설법인을 설립해 웅진홀딩스와 사모펀드가 각각 40%, 60%의 지분을 나눠 투자하고, 경영권은 웅진그룹이 행사하기로 했다. KTB사모펀드를 통해 유치할 대금은 약 1조2천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중국 콩카그룹이 제시했던 인수 가격 1조1500억원보다 높다.
그러나 웅진그룹의 성에는 차지 않는 모양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의 가치는 1조5천억원(주당 약 4만원)으로 볼 수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해 매각 규모가 1조2천억원에 그치고 있다"며, "지분과 경영권 동시 매각보다는 신규 투자 유치가 낫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이번 딜의 결과를 현 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단기차입금 부담 해소 여부, 웅진폴리실리콘에 대한 그룹의 투자자금 회수(엑시트) 여부, 투자 유치에 따른 실제 유입 자금 규모 등이 어떻게 되는지를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앞서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매각은 1조2천억원보다 높은 거래가 돼야 의미 있다고 분석했었다. 웅진폴리실리콘 증설에 들어갈 투자자금을 간안한 판단이었다.
현재 태양광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웅진그룹은 당초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으로 그룹의 태양광 기업인 웅진폴리실리콘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이번에 투자유치한 1조2천억원의 자금을 우선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사업 투자는 극심한 업황 부진으로 당분간 대규모 시설투자를 보류하고, 원가 절감 공법 등 신기술 개발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웅진코웨이 매각 대신 투자자와 합작기업을 신설해 경영하기로 한 만큼 웅진그룹은 투자유치한 1조2천억원 중 40%인 신설법인에 4800억원을 투입해야 해 실제 그룹이 손에 쥘 현금은 나머지인 7200억원에 그치게 된다.
지난 1분기말 기준 웅진홀딩스의 단기 차입금(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4952억원으로, 이번 투자 유치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총 차입금이 1조원에 육박하고, 2007년에 인수한 극동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연대보증을 선 금액도 수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이번 투자유치 후에도 웅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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