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나로호 발사는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 작전의 일부이다.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디딤돌로 올해는 기필코 성공하겠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2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항공우주기술 미래예측 워크숍'에서 "굉장히 뒤떨어진 기술을 따라잡으려고 할 때 주로 구사하는 것이 '퀀텀점프' 작전"이라며 "올 10월 세 차례의 나로호 발사를 거치면서 축적한 기술이 한국형 발사체라는 정말 쓸모 있는 로켓을 개발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 및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총 1조5천44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으로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4년까지 5~10톤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설비 구축을 완료하고, 2018년까지 75톤급 액체엔진을 개발하고 시험발사를 수행하며, 2021년 3단계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후 2023년 실용위성 발사를 거쳐 2025년 달탐사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됐다.
김승조 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로켓 기술은 경험을 많이 요구하긴 하지만 아주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며 "한국형 발사체는 모두 자체개발로 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국형발사체의 기본인 75톤 엔진을 한국형발사체보다 더 많이 묶거나 강력한 부스터를 붙이면 달궤도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스페이스엑스 사는 터보 펌프를 이용한 액체 산소 엔진인 멀린 엔진을 사용해 지난달 22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민간 우주 로켓인 팔콘9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바 있다.
김승조 원장은 "팔콘9호가 멀린엔진 9개를 사용했고, 똑같은 엔진을 27개 붙여서 유인우주선도 띄웠다. 스페이스엑스 사의 방향을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스페이스엑스 사 사람들을 만나보고 나서 상당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스페이스엑스 사는 모든 설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직접 만들었는데 우리는 당장 실험시설이 없고 경험도 없어서 똑같진 않겠지만 어려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항우연 측은 "2차례 나로호 발사는 실패했지만 러시아와 기술협력을 통해 나로호를 개발하고 발사하면서 발사체 시스템기술, 발사장 구축, 발사운용 기술 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나로호는 100킬로그램급 인공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이다.
현재 항우연은 2단 킥모터(고체엔진)으로 구성된 부분을 독자개발하고 있으며, 러시아 흐르니체프 사가 액체엔진으로 구성된 1단 제작을 맡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 발사했으나 두 차례 모두 위성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1차 발사 때는 이륙 후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비행 궤적에서 이탈했고, 2차 발사에선 고도 67킬로미터 이후 통신두절이 발생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러시아 연방우주청으로 구성된 한·러 공동조사단은 지난 2011년 10월 2차 발사의 실패가설로 1단 추진시스템 비정상 작동과 상단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등을 도출했다. 올 10월로 예정된 3차 발사에선 기폭시스템 방식이 고전압에서 저전압으로 변경되고 비행종단시스템이 제거되는 등 보완조치가 이뤄졌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지난 두 차례 나로호 발사를 500여가지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며 "1차 발사 때는 나로호 상단에 페어링이 붙어있는 등 실패원인이 우리 탓이라는 걸 알았지만 2차 발사에선 136초 경에 한번 섬광이 비추고 137초에 통신이 두절되는 등 우리가 제작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 구간에서 사고가 일어나 원인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단장은 "유도제어, 구조, 전자 탑재, 통신, 고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지만 1단에 쓰여지는 고출력엔진에 대해 완벽하게 못해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서 (이번 3차 발사를)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각오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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