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소니가 TV사업을 중심으로 전자사업 재건에 올인한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신임 사장(사진)은 12일 오후 도쿄 시나가와 본사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경영 방침 설명회를 열고 "회계연도 2014년까지 소니 그룹 전체 매출을 기존(2011년 6조4천억엔 추정) 대비 30% 가량 늘어난 8조5천억엔으로, 영업이익률은 5%로 끌어올리겠다"며 "전자사업 부문을 반드시 부활시켜 소니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 그룹의 주요 사업부문 중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금융 서비스 부문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니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전자사업 부문은 적자 상태다.
특히 '트리니트론', '브라비아' 브랜드로 세계에 명성을 드높이면서 소니의 자랑거리가 된 TV사업부문은 8분기 연속 적자 상태에 빠져 있다.
히라이 사장은 "신경영체제의 목표는 무엇보다 그룹의 핵심 역량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사업 부문의 부활"이라며 "이익 개선을 위한 액션 플랜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히라이 사장은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사운드(HE&S)를 포함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소니네크워크엔터테인먼트(SNE) 등 세 개 사업부를 직속에 두고 총괄하기로 했다.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조치다.
◆히라이 사장, 실천력 강조 "One Sony"
소니는 2014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영상 기기·모바일·게임 등 핵심 사업 강화 ▲TV사업 재건 ▲신흥시장 공략 ▲의료 사업·풀HD의 네 배 해상도인 4K기술 등 신규 사업 육성 ▲자원 배분배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TV사업부문은 2년 내 흑자전환을 목표로 수술대에 오른다.
대규모 감원이 예고돼 있다. 최근 발표된 1만명 감원 중 대부분이 TV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 효율화를 위해 TV모델 수는 기존 대비 40% 가량 줄어든다. 패널 수급에 들어가는 고정비용도 기존 대비 60% 가량 절감하기로 했다. 소니는 이미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의 패널 합작사 S-LCD를 정리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고정비용은 2013년에 지난해 대비 60% 삭감하고, 운영비용은 지난해 대비 30% 삭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니는 오는 2014년 회계연도(2014.4~2015.3)까지 전자사업 부문에서 매출 6조엔,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히라이 사장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경쟁사와의 협력을 통해 TV 부문에서 신기술 개발을 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소니의 영업손익 추이
회계연도(4월~다음해 3월) | 2007년 | 2008년 | 2009년 | 2010년 | 2011년(예상) |
순손익 | 3천694억엔 | (989억엔) | (408억엔) | (2천595억엔) | (5천200억엔) |
TV와 함께 소니를 받치고 있는 디지털 이미징(센서, 카메라 등) 사업부와 게임 사업,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 휴대형 게임기 등) 사업에 기술개발 투자의 대부분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를 통해 회계연도 2014년까지 디지털 이미징 사업부 매출 1.5조엔, 게임 사업부 1조엔, 모바일 사업부 1.8조엔 등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니의 승부수, 성공할까
소니는 지난 2008년 1천억엔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09년 408억엔, 2010년 2천595억엔 등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지난 3월 마감한 2011 회계연도 예상 실적은 이보다 더 참담하다. 지난 10일 발표한 적자 규모 5천200억엔은 당초 추정치인 2천200억엔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그동안 세금과 관련한 미래 이익을 자산으로 계산했다가 이를 포기하면서 3천억엔 가량의 특별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자산업 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로서는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는 것이 자존심 상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소니 고위 관계자는 '히라이 사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엉망인 실적을 인정하는 것이 CEO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며 "히라이 신임 사장이 과거의 부진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롭게 짠 판에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라이 사장은 기자회견 초입에서부터 '변화'의 의지를 강조했다. '소니는 반드시 변할 것(Sony will change)'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는 "5천억엔 손실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스피드 경영으로 반드시 소니를 개혁해서 새롭게 하겠다"고 말했다.
옛 명성을 되찾겠다며 승부수를 띄운 소니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시장과 소비자들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히라이 사장은 1960년 일본 도쿄 출신의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창업자를 제외하면 최연소 CEO로, 지난 1984년 현재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인 CBS소니에 입사했다. 소니를 대표하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면서 경영 수완을 인정받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 부사장과 CEO, 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 제품과 디지털 네트워크 서비스, 소니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는 '컨수머 프로덕트&서비스 그룹'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콘텐츠 부문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하드웨어 사업의 성장도 이끌었다는 점에서 소니의 핵심 사업을 두루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히라이 사장은 이달부터 소니의 사장 겸 CEO에 정식 선임됐다. 지난해 9월부터 맡고 있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도쿄(일본)=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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