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약 50여개 제약사가 선정될 전망으로,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제약사는 지난 1일 시행된 일괄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에 정부 지원도 받기가 요원해져 사실상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들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을 받기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함께 오늘(9일)부터 내달 4일까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후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말까지 최종 선정 업체를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그동안 복제약과 내수에 치중한 제약 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제약사들이 경영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정 기준의 최우선 요건은 연구개발(R&D) 투자 수준이다.
연간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인 기업은 최근 3년간 의약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5%를 넘어야 하며, 1천억원 미만인 경우는 의약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7%를 넘거나 연구개발비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 또는 유럽연합(EU)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 보유시에는 최근 3년간 의약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3% 이상이면 된다.
선정기준 및 배점은 연구개발 투자실적, 연구인력 및 연구생산시설 보유현황(40%)과 연구개발 비전 및 중장기 추진전략, 국내외 제휴·협력 활동 및 비임상·임상 시험 및 후보물질 개발 수행 (30%), 의약품 특허 및 기술이전 성과, 글로벌 기술경쟁력, 우수 의약품 개발 및 보급 성과(20%), 의약품 등 유통체계와 판매질서 준수 등 윤리성, 외부감사 등 경영의 투명성(10%) 등이다.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약가우대, 금융 및 세제지원뿐 아니라 국가연구개발사업 지원 시 우대, 연구개발 인력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이 제공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혁신 역량과 의지에 중점을 둬 연구개발의 비전, 중장기 추진전략, 투자계획 등을 심층 평가할 계획"이라며 "향후 재평가시 이에 대한 이행정도를 반영해 실행력을 담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도 초기인 만큼 약 50개 업체 정도가 선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괄 약가인하로 당장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제약업계는 혁신형 제약기업선정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매출액 1천억원 이상 상위제약사 중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LG생명과학,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동화약품 등 10여개 기업은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 5% 투자 인증 요건을 무난히 충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선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제약사들 대부분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일제히 R&D 투자에 더 집중할 계획을 밝힌 상태로,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되기 위해 연일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부가 밝힌 인증 기준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실적 외에도 연구개발 비전, 리베이트 등으로 인한 행정처분 등 다양한 측면이 함께 고려되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최종 선정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비 투자 기준에도 못 미치고 선진국 공장시설도 갖추지 못한 중소제약사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인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으로 당장 매출 손실을 메울만한 뚜렷한 혜택은 없더라도 약가 우대, 세제 지원 등을 감안하면 선정되서 나쁠 게 없다"며 "현재 거의 모든 제약사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의 주요 지원뿐 아니라, 사실상 국내 제약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질 것"이라며 "국내 제약업계가 혁신형 제약기업 여부로 분류돼 사실상 제외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혁신형 제약기업 신청 접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팀(043-713-8643)으로, 문의는 보건복지부 생명과학진흥과(02-2023-7638∼9),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팀(☎ 043-713-8643)으로 하면 된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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