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에 민주당 지도부 "국민, 등 돌릴까 걱정"

[채송무기자] 최근 광주 동구에서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해 투신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전국적인 경선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지도부 내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며칠 전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선거인단에 참여해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며 "선거인단 모집과 관련해 당이 정한 원칙을 어기고 불법, 탈법적 행위를 할 경우 당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문제가 된 광주 동구를 전략 지역으로 선정했음을 밝히면서 "모바일 선거, 국민참여경선에 여러 장애는 있지만 새 정치를 위한 모바일 정치 혁명은 좌초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강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최고위원들은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민주계 공천 학살, 친노 부활, 이화여대 인맥 형성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봉에는 박지원 최고위원이 섰다. 박 최고위원은 "그간 모바일 투표의 어려움을 누차 지적했고, 지역 특성에 맞는 경선 방법을 도입하자고 했지만 우리당이 모바일 투표에 너무 도취돼 강행했다"며 "이제 전국에서 사고가 나와 민주당의 국민적 지지 철회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호남 물갈이로 민주계 공천 학살, 친노 부활, 특정 학교 인맥 탄생 등의 평가가 있는 것은 앞으로 총선과 정권교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제라도 이런 오해가 없도록 재심 과정과 남은 공천 과정에서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국민은 혁신 공천이 기득권 공천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계파간 야합, 지분나누기식 단수 공천, 측근 정치, 친노 부활, 이화여대 인맥 등장 등의 의혹이 많은데 사실이 아닌 것은 그대로 밝히고 사실이면 지금이라도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최근 당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종석 사무총장과 저축은행 관련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을 공천한 것을 간접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정치 현실을 내세워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단순히 이명박 정권 비판이라는 감동 없는 메아리로는 엄중한 총선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는 민심의 칼날 위에 있다는 심정으로 이 시기를 지나야 할 것 같다"며 "지난 총선 당시 사실상 멸문할 것 같았던 민주당을 건진 것은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엄격한 잣대였다는 것에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