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반발, 국내 제약업계가 110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한국제약협회 회원사 임직원 및 도매업계 종사자 1만여명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협회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하고, 오로지 일괄 약가인하만을 강행하는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는 일괄 약가인하 정책을 철회하고 3년에 걸친 단계적 인하 요구를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4월부터 보험의약품 가격을 평균 14% 인하하는 고시개정안을 최근 입안예고 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제약사 입장에서 보험약 시장의 20%인 2조5천억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번 궐기대회는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를 막기 위한 제약업계의 강경한 의지를 정부 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는 이날 채택한 '일괄 약가인하 저지를 위한 결의문'을 통해 "일괄 약가인하를 두 달여 앞두고 준비기간을 갖지 못한 제약회사들이 영업적자에 줄도산하면 실업자 양산은 물론 국민들의 제약주권도 상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제약산업이 해외임상 확대 등 글로벌 수준에 진입할 단계에 들어섰다"며 "그동안 꾸준한 R&D투자로 17개 신약을 자력 개발해 세계 10번째 신약개발국에 올랐다"고 그간의 성과를 설명했다.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금 제약계는 외적으로 한미FTA, 내적으로는 일괄 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산업이 말살되는 지경에 처해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극도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며 "약 2만명 이상의 악성 실업자가 발생해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협회는 고용의 양적 축소와 질적 저하까지 유발시키는 일괄 인하 대신 복지부에 3년간 단계적인 약가인하를 실시해 제약업계의 고용 불안을 흡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연판 부회장은 "제약업계 역시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동참코자 하기 때문에 전면 반대가 아닌 단계적 인하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제약산업 역사상 최초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 같은 제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류했던 '1일 생산중단' 등 극단적인 카드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시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도 강행할 예정이다.
특히, 협회는 정부가 일괄 약가인하의 배경으로 지목했던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지난 2009년 8월 시행된 리베이트 약가인하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쌍벌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리베이트 기업은 엄벌하되 성실기업은 보호해야 한다. 옥석을 가리지 않는 정책은 산업 전체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업계내 자정 노력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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