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지난 1998년 개발된 2D 그래픽 게임이 2008년에 나온 신작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서비스 13년째를 맞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가 지난 17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리니지'의 2분기 매출은 662억원.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1천668억원)의 43%를 차지하며 2008년 출시 이후 내내 최대 매출원이었던 '아이온'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리니지'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72% 증가했으며 '아이온'과 '리니지2'는 각각 약 12%, 23%씩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적기 마케팅-록인효과
리니지의 선전은 적기 마케팅과 록인(Rock-in) 효과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 이재호 부사장은 지난 17일 컨퍼런스콜에서 "'리니지'의 매출 증가는 이벤트 시행 시기와 관련이 있다"며 "탄탄한 이용자 커뮤니티도 장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 이용자수는 업데이트나 이벤트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안정적인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니지'가 정액제 요금제만을 고수했다면 게임업계의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에 전분기 대비 72%의 매출 향상을 일궈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를 겨냥해 내놓은 것이 'N서비스'라 할 수 있다. 'N서비스'는 엔씨소프트가 지난 2010년 12월 정액제 요금 모델을 토대로 개발한 일종의 부분유료화 모델이다. N서비스를 이용하는 게이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세분화해서 결제할 수 있으며 N샵을 통해 게임 내 유료 아이템도 결제할 수 있다. 이용자의 결제금액에 따라 다섯 가지 고객 등급이 부여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고객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수요(Needs)를 분석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 밖에도 이용자환경(UI) 변경, 업데이트, 편의 기능 개선 등에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N서비스가 먹혀든 셈이다. 이 회사는 '리니지'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리니지가 고객층의 록인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탄탄한 이용자층, 안정적인 게임 아이템 거래 시세 등을 바탕으로 선점효과를 13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한 CEO는 "아무리 그래픽이 화려한 새 게임이 나와도, 이용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게임을 찾기 보다 물심양면 투자한 게임을 즐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리니지'는 MMORPG의 교과서처럼 여겨져 다른 신작을 하던 이용자들이 다시 '리니지'로 돌아가기도 하고 신규 이용자도 '리니지부터 해봐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부사장 역시 "'리니지' 이용자층은 시장에 다른 어떤 신작이 나오더라도 관심 없는 경우가 많으며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유료 콘텐츠에 대한 구매력도 높다"고 설명했다.
‘리니지 키즈‘가 구매력 높은 직장인이 돼서도 리니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리니지 이용자의 대다수인 20~30대들은 한달에 2만9천700원의 정액요금 지출 외에도 레벨상승을 보조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이용자층이다.
◆"리니지 성장전략은 정체 따른 고육지책"
업계가 부러워하는 이같은 리니지의 흥행몰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내 MMORPG의 정체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MMORPG 대부분이 이용자 측면에서 정체나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객단가(ARPU)를 올려 나가는 방식의 성장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벤트는 이용자의 객단가를 올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영업기밀상 '리니지'의 객단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벤트를 통해 매출을 늘렸다"고 증가원인을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대마법사 게렝의 신비한 마법의 주간'과 '드래곤의 보물상자를 획득하라'라는 제목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두 번의 이벤트는 각각 4월27일부터 5월4일까지, 5월18일부터 6월8일까지 진행됐다.
이 중 '마법주간' 이벤트에선 회복·집중·체력·마나·마법저항 등의 기능이 있는 반지 한 개와 전용 강화 주문서 32장의 묶음 아이템이 1만원에 판매됐다. '드래곤의 보물상자' 이벤트 아이템이었던 '드래곤의 보물상자'는 개당 가격은 1천원, 11개 묶음의 경우 1만1천원에 팔렸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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