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 기자] 일본 파나소닉이 내달 1일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기공업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내리막길을 걷는 과정에서 통합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 이번 통합이 파나소닉에 어떤 시너지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요전기 매각설은 지난 2004년부터 거론됐다. 산요전기는 경영 악화로 인해 2006년 3월 미쯔이스미토모은행, 골드만삭스, 다이와증권 등 금융 3사를 인수처로 총 3천억 엔의 우선주를 발행했다. 이후 대주주 3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를 추진, 지난 3월말 결산에서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를 겪으며 매각 테이블에 올랐다. 한때 골드만삭스와 다이와증권 등 대주주들은 산요의 인수 기업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 삼성전자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 산업성이 해외 기술 유출을 우려해 무산됐다. 이후 파나소닉이 산요를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파나소닉과 산요가 역사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인수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산요전기의 설립자는 마쯔시타전공(현 파나소닉전공)의 창업자 마쯔시타 고우노스케의 처남인 이우에 토시오다. 그는 지난 1947년 마쓰시타 전공으로부터 공장을 양도받아 회사를 설립했으며, 이 회사는 3년이 지난 1950년 산요전기주식회사로 출범했다.
마쯔시다전공은 지난 2008년 10월 파나소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11월 산요전기의 인수를 발표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2차전지, 에코비즈니스 등 신사업 동력 삼아 해외 공략
파나소닉은 이번 산요 흡수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를 통해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것이 파나소닉의 목표. 그동안 파나소닉의 해외 매출 비중은 5%가 채 되지 않았다.
이미 일본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해외시장마저도 삼성전자 등에게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일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파나소닉은 리튬이온배터리나 태양전지사업 등 산요전기의 강점인 2차전지 분야를 신성장사업으로 잡고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산요의 백색가전 라인은 매각 또는 중단한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가전 분야를 축소하고 신성장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나소닉전공의 주택설비기기 역시 파나소닉의 새로운 핵심 사업이 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파나소닉코리아가 올해부터 친환경 주택 설비 사업을 뼈대로 하는 ‘에코비즈니스’에 본격 진출한다. 이 사업은 친환경 주택설비시 가정용 연료전지 및 태양전지, 가정용 축전지, LED 램프, 열 펌프 등 에코제품을 공급해 가정에서 손쉽게 그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뼈대로 삼고 있다. 파나소닉은 향후 에코제품을 종합적인 솔루션 형태로 제공해 주택에서 그린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에너지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재도 건설업계에 파나소닉 제품이 일부 들어가고 있다”라며 “앞으로는 솔루션을 포함한 종합적인 매니지먼트를 제공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내달 1일부터는 산요코리아의 컨슈머 사업 역시 파나소닉코리아의 AV컨슈머 사업 부문으로 재편된다. 대표적으로는 휴대형 디지털 캠코더로 알려진 산요코리아의 ‘작티’(Xacti) 캠코더 사업이 파나소닉 브랜드로 통합된다. 산요코리아 법인은 프로젝터 등 기타 상품의 업무를 현행대로 지속하며 일정기간 존속하게 된다. 노 대표는 “파나소닉코리아는 당초 2012년까지 매출 1천억 원, 2018년에는 매출 2천억 원을 달성해 국내 1천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며 “지금은 여러 신사업 군을 고려해 매출 1천억 원 달성 목표를 올해로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파나소닉 사업부서 통·폐합, 9개만 남는다
한편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10월 말 구조조정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에 따라 파나소닉은 두 자회사를 합쳐 총 16개 사업 부서를 운영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 1월까지 디지털 가전제품, 냉각장비·백색 가전제품, 보안장비, 녹색에너지, 헬스 케어, 배터리 등 3개 분야 9개 사업 군으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앞서 파나소닉전기공업 주주들은 지난 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파나소닉의 완전 자회사가 되는 방안에 동의했다. 산요전기 역시 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이 사안에 동의했다. 구조조정도 이뤄진다. 파나소닉의 경영진들은 지난해 8월말 이후부터 구조조정의 세부내용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까지 공장들의 통폐합 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파나소닉의 22만 명 직원과 산요전기 10만명, 파나소닉전기공업 6만명 등의 인력도 재편성된다. M
산요 캠코더 ‘작티’, 파나소닉 브랜드 입는다 산요의 휴대형 디지털 캠코더 사업인 산요 ‘작티’가 파나소닉 브랜드로 새 출발한다. 지난달9일 파나소닉코리아(대표 노운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요코리아의 ‘작티’(Xacti) 캠코더 사업을 파나소닉 브랜드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산요코리아의 컨슈머 사업은 파나소닉코리아 AV컨슈머 사업 부문으로 재편된다.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는 “현재 산요코리아는 약 26명으로 이번에 통합되는 부문의 관련 직원들은 업무 이관이 추진된다”며 “2012년 4월까지는 나머지 사업도 통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통합은 일본 파나소닉 본사가 내달 1일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기공업을 100%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표는 “지난 3월 2일과 4일 파나소닉전공과 산요전기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100%로 자회사화를 결정했다”며 “4월 1일에는 통합된 파나소닉 주식회사가 출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코리아는 현재 3D 및 풀HD와 고화질 3MOS를 지원하는 디캠 및 가정용 디캠 라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통합으로 인해 촬영·편집이 간편하고 휴대성이 용이한 하이브리드 디캠 라인까지 확보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노 대표는 “작티 브랜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단, 작티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내부 검토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산요 작티보다는 품질을 더욱 개선해 디지털 캠코더를 출시한다. 품질은 개선시키지만 가격은 작티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파나소닉코리아는 오는 4월과 5월에 파나소닉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디지털 캠코더 3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4월말에는 풀 HD 동영상 촬영 및 고화질 1400만 화소를 지원하는 디캠 ‘HX-DC1’을, 5월말에는 ‘HX-DC10’과 3m 방수 기능 등이 탑재된 ‘HX-WA10’ 등이 출시된다. 서비스 및 판매 유통망도 재정비한다. 파나소닉코리아는 현재 산요코리아의 AS센터를 파나소닉코리아 AS로 통합하고 콜센터 직원 및 엔지니어를 충원하는 등 서비스 네트워크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앞으로 파나소닉코리아는 산요 제품 중 작티 디캠과 선풍기, 냉풍기,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의 AS를 담당하게 된다. 산요코리아의 기타 상품 AS는 현행대로 지속된다. 산요 작티를 흡수한 파나소닉코리아의 캠코더 시장 목표는 단연 1위. 2012년 국내 디지털 캠코더 시장 점유율 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는 “라인업을 강화해 2012년 국내 디캠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달성해 톱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제품판매 및 AS 등 산요코리아 사업 통합에 따른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해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웅서 기자 cloudpark@i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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