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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내가 아는 것’을 ‘남이 안다고 말하기 전’에 얼른 등록시켜야 한다. 그래야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적재산은 분명 보호되어야 할 재산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작물의 공정이용과 광범위한 2차 저작물의 허용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다면 인류는 ‘지식’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재앙’이 되고 말 것이다.

지적재산은 말만 쉽지 상당히 광범위한 범위를 포괄하는 의미다. 지적재산권에 포함되는 권리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을 포함한 산업재산권과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을 포함하는 저작권, 요즘 새로 등장한다는 신지적재산권으로 구분된다. 당장 지금 독자들이 읽고 있는 이 글 역시 저자에게도 저작권이 귀속되지만 고료를 주고 발간한 출판사도 갖게 된다. 아마 나중에 이 잡지 내용 가운데 몇 개를 모아서 책을 낸다면 또 다른 지적재산권자가 하나 둘씩 들러붙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생각을 통해 유형이든 무형이든 뭔가 만들어내고 이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남들이 ‘아니라고 반증하지 못하면’ 내 재산이 된다.

산업사회란 것이 집단화하고 표준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구조이다 보니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과 그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것이 집단(기업을 비롯한)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 시켜주는 배타적 권리이자 기술개발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탓이다.

남이 안다고 말하기 전에 얼른 등록하면 내 것

산업사회의 이기주의는 사실 약과에 불과했다. 내가 하나 개발한다고 해서 남들이 따라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이란 것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많은 기술 업계가 몇 년 후 카피(따라하기)를 문제 삼지 않았다. 청바지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남들이 청바지를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었고 ‘블루진’이란 말을 처음 썼다고 해서 ‘블루진’을 상표로 등록해서 다른 사람들이 쓰지 못하게 배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는 산업사회의 그것과 차원을 달리 한다.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내가 아는 것’을 ‘남이 안다고 말하기 전’에 얼른 등록시켜야 한다. 그래야 남이 안다고 말해도 그것마저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지적재산은 농작물을 어떻게 기르느냐에 대한 방법까지 포괄하게 됐다. 튤립 한 송이에 1달러의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네덜란드를 생각해보라. 외국 장미품종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한해 76억 원씩이다.

몰라서 그렇지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40억 달러씩의 해외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수지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수출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원천 기술에 포함돼 있는 모든 특허기술 및 개념, 심지어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 대한 개념(소위 비즈니스 모델이라 한다)까지도 지적 재산에 들어간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얼른 우리 지적 재산을 확보하자며 특별기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각국 정부가 타미플루 생산자인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홀딩에 다급하게 손을 벌리는 상황을 우리는 넋 놓고 바라봐야 했다. 다행히 신종플루의 확산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자 로슈홀딩의 특허권이고 뭐고 일단 국민을 살리기 위해 복제약 생산을 위한 강제실시권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반 연아의 햅틱에 이어 손담비를 앞세운 AMOLED (아몰레드)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삼성전자가 이 기술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남들은 똑 같은 기술을 사용해도 그 기술을 설명하려면 다른 이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닥칠지 모른다.

故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애국가 저작권이 아내였던 故 로리타 안 여사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네티즌과 정부의 패닉을 기억한다. 그동안 전국민에게 불려지고 각 공공 행사 때마다 울려 퍼졌던 애국가가 외국인의 소유권이었고 국가는 저작권을 공공연히 어기고 있었다. 더구나 왜 국가에 헌납하지 않았냐고 비난했던 네티즌의 반응이란 ‘저작권’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결국 유족들이 이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무상으로 한국에 저작권을 헌납했다.

과도한 저작권 보호에 대한 논의 필요

쥐를 귀여운 캐릭터로 형상화한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는 원래 우리나라 기준인 저작자 사후 50년이 지난 2016년에 저작권 보호가 풀리게 되어 다른 회사에서도 이 캐릭터를 사용한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인어공주> <노트르담의 꼽추> <미녀와 야수> 등 인류의 지적 재산을 변형하여 2차 저작물로 돈을 벌어온 디즈니에게 20년의 특권을 더 준다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업체들로부터 고소장을 받아든 경찰과 검찰 등 사법 당국의 태도도 아이러니하다. 도둑질한 물건을 도둑질했다고 해서 도둑이 피해자일 수 없다는 통상적인 법리를 적용해 각하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6만여 명을 검찰의 기준에 맞게 추가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적법하게 유통되는 음란물이 베른협약에 따라 외국인의 저작물을 내국인의 저작물에 준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근래에는 아예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를 부른 딸의 영상을 올린 한 네티즌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포털이 게시물을 삭제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앞서 작년 7월에는 미국에서는 아기의 옹알이를 찍는 배경음악으로 프린스의 ‘렛츠 고 크레이지(Let's Go Crazy)’가 흐른다는 이유로 유튜브에서 동영상이 차단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저작권자의 과도한 저작권 보호 행위에 대한 항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적재산은 분명 보호되어야 할 재산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작물의 공정이용과 광범위한 2차 저작물의 허용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다면 인류는 ‘지식’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재앙’이 되고 말 것이다. 마치 과도한 저작권 보호에 대해 비판하면 공산주의자처럼 흘겨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이러한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에서 멀리 있지 않다. 교류전기를 발명한 니콜라테슬라가 특허권을 사회에 헌납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효율적인 직류전기를 쓰거나 엄청나게 비싼 교류전기를 써야 했을 것이다.

인류의 지적 자산인 저작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M

/글|명승은(야후!코리아 차장·링블로그 운영 블로거) http://ringb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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