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전격 사임, 후임에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선임된데 대한 안팎의 평가다.
지난해부터 고개를 들었던 실적 부진 등의 압박이 올 2분기 휴대폰 사업부 적자전환 등으로 심화되면서 그동안 일각에서 세대교체론 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다만 남용 부회장이 올해 재선임에 성공, '남용식 혁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데다 최근의 실적부진에도 구본무 회장까지 나서 남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등 이를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남 부회장으로서는 최고 경영자로서 최근의 실적악화 등 경영상황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결국 남 부회장의 용퇴를 수용한 LG가 후임에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을 선임, '오너 경영체제 강화'라는 초강수 카드로 최근의 경영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한편으론 그동안 구광모 3세 오너경영 체제를 대비한 '구본준 체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던 만큼 시기는 앞당겨졌을 지 몰라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반응이다.
◆오너경영체제 강화, 과감한 투자 등 기대
오너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새 사령탑에 오르면서 LG전자의 신수종 사업 등을 포함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 질 것이라는 기대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LG의 주력계열를 두루 거치며 IT기기와 반도체, LCD, 자원개발사업 등 주요사업등에 보여온 과감한 결정을 통해 역량 등을 보여왔던 때문.
실제 현재 사상최고 실적을 내며 그룹의 주요 계열로 부상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 부회장이 LG반도체 대표를 맡았던 지난 1998년은 외환위기 이후 반도체 빅딜로 반도체사업의 유지가 불투명했던 상황.
구 부회장은 LG전자와 LG반도체의 TFT-LCD 사업을 분리, LG LCD를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필립스사에서 16억 달러를 유치, 현재의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LCD 설립을 주도했다.
과감한 결단과 투자는 LG필립스LCD가 출범 4년만인 2003년 전세계 TFT-LCD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04년 파주 LCD 클러스터에 5조3천억원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7세대 LCD 패널공장 설립, 입지를 더욱 다지면서 LG디스플레이가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는 뒷심이 됐다는 평가다.
이는 어려운때일 수록 과감함 미래투자를 통해 성장엔진을 확보해온 구본준 부회장식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결단력과 리더십을 갖춘 구본준 부회장을 선임, 현재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며 "내부적으로 중장기적 비전 마련 등 미래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LG반도체 대표를 역임했던 구 부회장이 새 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온 하이닉스 M&A에 대한 LG그룹의 경영판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직개편 등 칼바람 부나
오너 경영체제가 강화되면서 큰폭의 조직개편 등 인사 등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구본준 부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나, 정기 인사 등을 앞두고 이사회를 통해 본격적인 조직개편 및 인사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춰온 '남용 부회장'식 혁신모델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통신업계 최장수 대표로서 LG텔레콤 대표를 거쳐 LG전자 부회장에 올랐던 남용 부회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마케팅 컴퍼니로 변신을 선언하며 다양한 실험을 단행했다.
보수적인 국내 기업 환경에서 최고경영진들 대부분을 외국인들로 기용하고, 영어 회의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혁신을 주도해 온 것.
그러나 이같은 글로벌 혁신이 결과적으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형국이 되면서 제품과 기술력 등을 강조해온 구 부회장식 경영모델이 빠르게 접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성과 등에 따른 평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장 현 MC사업본부나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등 사업본부체제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후속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LG 기업문화가 수장 교체이후 대폭적인 '물갈이' 식 인사를 지양해 왔다는 점에서 인사 및 조직개편이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대표 교체가 조직전체나 큰폭의 인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필요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