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원천기술 연구개발(R&D)투자 세액공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기업을 지원하는 설비투자펀드도 조성한다. 또 적대적 인수 합병(M&A)에 대응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 법제화에 속도를 붙이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2일 경제 5단체장과 대기업 총수 23명 등 민관대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3차 민관합동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재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이번 방안에서는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불안감이 드러난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재정조기집행으로 일단 경기 급락을 막았지만, 재정 여력이 떨어지는 하반기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민간투자가 하반기 경제에 에어백 구실을 해줘야 한다는 호소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불확실한 대내외 사정을 들어 곳간 빗장을 걸어잠근 상태다. 지난 1분기 현재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23.5%까지 하락했다. 기업 투자가 최대 45%까지 급감했던 환란 이후 최대폭이다.
재정부 구본진 정책조정국장은 "환란 이후 10년 간 설비투자는 연평균 2.6% 늘어난 데 그쳐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산업구조와 기업경영 행태가 달라지고 있어 단순 설비 증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6분기 연속 설비투자가 줄던 98년 당시처럼 투자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이처럼 녹록치않은 대내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를 약속받겠다는 공산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의 현안 투재애로 해소 ▲투자촉진 제도의 획기적 강화 ▲기업환경 지속적 개선 ▲고용창출 분야의 집중적 투자 유도 등 크게 4가지 방향으로 나눠 투자촉진 방안을 마련했다.
◆당기 최대 35%까지 원천기술 R&D 세액공제
정부는 우선 원천기술의 개발과 신성장동력 산업(17개)의 R&D를 중심으로 R&D투자 세액공제를 OECD 최고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산업별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기술 중 국가과학기술위원회나 R&D담당 부처(지경부 또는 교과부)의 승인을 받은 기술의 경우 세액공제율을 당기 R&D의 25%, 중소기업은 35%까지 높인다.
고도 물처리, LED 응용, 그린수송시스템, 첨단 그린도시, 고부가 식품산업, 글로벌 교육서비스, 녹색금융, 콘텐츠·소프트웨어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R&D 역시 당기 R&D 금액의 3~6%(중소기업 25%)에서 20%(중소기업 30%)까지 대폭 인상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부문에서 일반기업보다 10%포인트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앞서 2013년까지 R&D 투자 예산을 GDP대비 10.5%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 사후보상제를 도입해 R&D의 보상체계를 분명히하고, 중소기업이 산업체 연구퇴직인력을 고용할 때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연내 1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도 조성한다. 정부 출연금(1천200억원)에 산업은행(1.33조원)과 기업은행(0.55조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3조원) 자금을 더해 출자하거나 장기회사채 인수,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명 '패키지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려 20조원 수준으로 펀드 규모를 키울 생각이다. 정부는 펀드를 통해 신성장동력 산업이나 인프라 구축 등 투자 위험이 높거나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를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외에 공공부문이 구매하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 비중을 총구매액의 5%에서 10%로 늘리고, 제품 인증과 성능 검사 비용을 지원해 기술 상용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돔구장 건설 등 최대 7조원 투자 유발
사업성과 투자의사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거나 규제에 막혀 중단된 기업 투자도 실행할 수 있는 길을 튼다.
정부는 합성천연가스 플랜트 건설, 폐금속자원 재활용업, 프로 스포츠 경기장, OLED, 전기자동차, 민간 공인전자문서 보관소 등을 규제 완화와 자금지원시 투자 가능 분야로 꼽았다.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지원할 경우 향후 2~3년간 총 6~7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는 특히 프로 스포츠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서는 "전경련 등 관련 단체가 추산한 투자 유발 규모가 약 2~3조원에 이른다"며 "돔구장 설립과 다양한 부대시설 마련 등 관련 사업에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이즌필 도입·창업절차 간소화
기업회생을 돕기 위한 통합도산법 개정도 이뤄진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신규자금에 우선순위를 인정해주겠다는 얘기다. 또 지적재산권이나 매출채권 등에 담보를 허용하는 포괄적 동산담보제를 도입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로 했다. 더불어 회사채 한도 제한을 폐지하고, 재계가 강력히 요구해 온 '포이즌 필' 등 적대적 M&A 방어 수단 법제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창업 절차도 간소화한다.(10단계→6단계) 또 준산업단지 등의 건폐율을 완화하고(40%→80%), 공공부문이 독점해 온 택지개발사업에 민간 자본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외에 중복해 이뤄지던 소방검사와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도 면제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온천업 등에 대한 의무 소집교육이 폐지되며, 각종 부담금 인하 조치의 일환으로 경유자동차에 부과하던 환경부담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 벤처펀드 출자규제 완화
정부는 일련의 대책에 더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농업부문의 투자 유도 방안도 마련했다.
중소기업 투자지원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의 벤처펀드 출자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일몰 시한을 금년 말에서 2012년말로 3년 늦추기로 했다. 중소기업 R&D 자금지원을 늘려 중견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서비스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관광단지 내 휴양체류시설을 허용하고, 해상국립공원과 수산자원보호구역을 조정해 남해안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등 관련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또 농업 부문의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빌딩형 농장 등에 대한 R&D 지원을 강화하고,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비농업인 지분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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