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4.29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전주 지역은 덕진의 경우 정동영 후보가 압도적 우세을 보이고 있다. 완산갑에서는 이광철 후보의 근소한 우세 속에 신건 후보가 약진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고향을 방문하는 기차 안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나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한다. 무소속 한두 명이 당선돼 복당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 분당에 반대하는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던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선거 막판 전주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전주 덕진 주민들은 '당은 민주당, 사람은 정동영'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또 상당수의 주민들은 정 후보에 표를 주는 것이 결국은 민주당에 표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부를 수도 있다.
민주당 덕진 후보인 김근식 후보는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 막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김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동영 후보는 민주당 후보가 아니다. 민주당 후보는 나 김근식"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 측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주민들에게 민주당 후보가 김근식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측 한 관계자는 "오늘 나가보니 지역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주민들은 개인 정동영이 아니라 민주당 정동영을 지지한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주민들에 민주당 후보가 누구인지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일단 대응을 자제하면서 김 전 대통령 발언의 진위 여부를 탐색하는 분위기다. 호남에서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그동안 정치적 스승으로 모셨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반박은 역풍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측 한 관계자는 "한명숙 전 총리가 전한 발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이고 어른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면서도 "오늘 아침 나가보니 주민들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광철 민주당 후보와 신건 무소속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전주 완산갑도 김 전 대통령 발언의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신 후보측은 최근 이종찬 전 국정원장, 이무영 전 의원 등 과거 국민의 정부 쪽 사람들이 신 후보 지지를 선언해 힘을 얻었지만,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이런 효과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후보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장년층에는 다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다르다"며 "김 전 대통령은 무소속 복당이 무의미하다고 했지만, 박지원 의원도 18대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된 이후 민주당에 복당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친노 386에 포위돼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정동영·신건 후보의 뜻과 김 전 대통령의 뜻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최근 신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있어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광철 후보측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에 동의한다"면서도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홍보에 이용하지는 않겠다"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재보궐 선거는 기본적으로 바람이나 발언이 아니라 조직이 중요하지 않겠나"라면서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김대곤, 김광삼 후보 등이 신건 후보 측에 참여하는 등 신 후보의 세 불리기에 대해 "긴장하고는 있지만, 그쪽 조직의 일부가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이탈하는 것이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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