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재보선 출마 선언과 함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여, 이번 재보선은 거물급 '복귀전'이 관점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전 장관과 박 대표가 복귀전에 나서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결승전에 누가 먼저 도착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정 전 장관은 12일(현지시간)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13일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재보선 지역인 전주 덕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 "나는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정치현장에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내가 도달한 결론"이라며 "낮은 자세로 정치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음 주에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출마에 부정적인 당내 기류로 인해 불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했던 정 전 장관은 "주변 분들의 조언이 이곳 생활을 접고 귀국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라고까지 했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는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세균 대표는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이 정치복귀를 선언했지만 당장 전주 덕진 공천 문제가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 주류의 불만 등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 또한 난제로 남아있다. 정 전 장관의 출마여부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은 덕진에는 김양곤(59) 전북대교수, 황인택(49) 새천년민주당윤리위원장, 임수진(63) 전 농촌공사사장, 한명규(51) 전 매일경제편집국장, 민경선(63) 전 한국대학레슬링연맹회장 등이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염경석(49) 전 민주노총전북본부장이 진보신당으로 출마한다.
일단 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에 부정적 기류가 나오고 있는 데다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경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선 여부에 대해 정 대표는 "이미 공천심사원회가 출범했기 때문에 각 지역 사정을 검토한 뒤 공천 원칙과 방법인 제안되면, 이에 대해 최고위가 논의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놔, 정 전 장관은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을 수 있다.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격으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출마 여부도 관심거리다. 박 대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전략공천'이 될 가능성이 높아 출마 자체에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는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으로 야당의 전면적인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다.
박 대표는 인천 부평과 함께 경남 양산을 신중하게 검토했으나, 최근 부평을의 여론악화와 경남 양산도 10월 재보선으로 기울면서 일각에서는 4월 재보선 불출마도 언급됐다. 하지만 전날(12일) 윤두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울산 북구 재선거 확정되면서 박 대표의 결단을 앞당길 수도 있다.
덕진의 경우 정 전 장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지역 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재보선을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박 대표에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도 부여되고 있어 야당의 집중 포화는 박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으로 예상돼 박 대표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최근 "박 대표와 한판 붙고 싶다"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같은당 이미경 사무총장도 박 대표의 출마를 촉구하는 등 야당은 잔뜩 벼르고 있다.
만일 박 대표가 낙선할 경우 박 대표 자신에 정치생명에도 치명적일 뿐 아니라 여당과 이 대통령에게도 악영향을 미칠게 될 것을 명약관화하다. 여당내에도 '부평이냐, 울산이냐 아니면 불출마냐' 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박 대표가 내주 정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부평을보다 울산북구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인데다 정몽준 최고위원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그러나 울산도 쉽지만은 않다. '노동자 도시'인 울산에서 진보 세력의 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경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은 이날 "서민을 위한 새로운 선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북구에서 만들어가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득표력이 검증된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울산 북구 재보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각오를 다졌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역시 "울산 북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중가 평가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며 "박 대표가 재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박 대표가 재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박 대표의 결심을 세우더라도 본선의 고비를 넘기까지는 험난한 산길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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