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차로 접어들면서 새삼 각오를 다졌지만 정국과 여론은 여권에 더욱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용산 참사' 라는 돌출악재에 더욱 더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현 정부의 심판대로 불리는 4.29재보선을 석달 가량 앞두고 있는 터져나온 것이어서 한나라당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용산 참사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진상조사를 지시 한데 이어 한승수 국무총리는 긴급대칙회의를 열어 조기 수습에 나섰고, 한나라당도 긴급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치러질 2차 입법전쟁과 인사청문회, 4.29재보선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여권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민심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용산참사의 수습 대책 방향을 놓고 '선 문책론' '선 진상규명' 등 해법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지만 설 연휴 전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22일 "국민들의 올바른 사태 파악을 위해선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관계당국이 현재까지 밝혀진 진상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선 진상규명에서 한발짝 후퇴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여론 악화만 가중 시킬뿐더러 국민 명절인 설 연휴 기간 여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돼 신뢰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이같은 우려를 나타내며 조속한 진상규명 발표를 촉구했다. 허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상규명이)그렇게 오래 걸릴 사안도 아니데 사건이 터진지 벌써 3일이 지났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더 늦어지면 정부의 결과에 국민들이 납득하게 어렵고 오해가 증폭돼 책임을 물어도 효과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29재보선과 관련해 "지금 우리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용산 참사 당일 저녁부터 또다시 촛불이 켜진 것. 지난 20일 밤부터 용산 참사 현장에서 추모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고, 일부 지방에서도 촛불에 불이 붙고 있다.
지난 21일 발족한 용산 참사 진상조사 등을 위한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내일(23일) 서울역 광장에서 '1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시작해 본격적인 촛불집회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제2 촛불'의 불씨를 댕기고 있는 실정.
더군다나 지난 20일 열렸던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도 또다시 경찰의 폭력진압이 도마에 오르면서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용산 참사 희생자 추모와 경찰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서도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국회의원과 20대 여성을 폭행하는 등 강경·폭력 진압으로 여론을 자극하고 있는 것.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도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 강제해산이 수위를 넘고 있다.
물론 이번 용산 참사 사건을 계기로 인한 촛불집회가 전국적인 촛불을 끌어 모을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여권의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참사 이후 촛불집회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관심을 보이면서 사이버모욕죄 도입 등 여권이 추진하는 각종 쟁점법안의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설 연휴 직후 각 정당은 4.29재보선 모드로 전환해야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회에선 2월 입법전쟁을 비롯해 인사청문회 등으로 야권과 전면전을 펼쳐야 하고 외부로는 촛불과 맞붙어야 하는 만큼 이번 재보선을 보는 여권의 표정은 이래저래 '울상'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사진=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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