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쟁점법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극단 대치가 이제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 점거 사흘째인 28일도 여야는 평행선을 그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경제법안, 위헌·일몰관련 법안 등에 대해선 연내 처리 입장을 재천명 했고, 민주당도 거듭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연내 처리 법안 85개를 발표한 뒤 김형오 국회의장에 경호권 발동과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공식 공문을 발송했고, 민주당은 "민생법안만을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는 등 상황 타개의 해법은 안개속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사회관련법안 5개에 대해선 야당과 합의처리를 약속하면서 한발 물러섰고, 자유선진당도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충돌 시간은 점차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공 넘겨받은 김형오…與 '수용하라' VS 野 '거부하라'
한나라당은 김 의장에 '경호권 발동'과 85개 법안 연내 처리를 위한 '직권상정' 요청 공문을 정식으로 송부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불법 폭력 사태를 빨리 해소해 주도록 국회의장이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85개 법안 들에 대해서 심시기간을 지정해 주고 직권상정을 해달라는 '심사기간 지정 및 직권상정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젠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며 "민주당이 자유선진당의 중재안조차도 거부했다"고 경호권 발동 및 직권상정 요청 배경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국회가 폭력과 불법 행사에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무법천지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국회의 민주적 운영과 질서유지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의장께서 국회법이 정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국회의 질서를 회복해 절대다수 의원의 법안심의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쟁점법안 처리와 여야간 충돌 사태의 공은 김 의장에로 넘어간 셈이다.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경호권 발동·직권상정'을 전격 수용할 경우 연내 쟁점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김 의장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 앉아야 한다는 점에서 김 의장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홍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공은 의장님께 넘어가는 중"이라고 말한 것은 김 의장이 당의 요청을 수용해 줄 것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은 경호권 발동과 직권상정 요청에 대해 김 의장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권은 유한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영원히 기억되는 것 아닌가"라며 "김 의장은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즉각 거부해야 한다. 그것만이 명예롭게 사는 길"이라고 압박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날 85개 법안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에 직권상정을 요구한 85개 법안은 역시나 'MB표 악법'이 총망라된 반민주, 친재벌 악법의 결정판"이라며 "오늘 한나라당의 법안 발표는 'MB표 악법'을 기어코 직권상정을 통해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의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여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겠다는 대목은 마치 군대라도 동원할 듯 한 태세"라며 한나라당의 의도를 의심했다.
앞서 민주당은 '비타협·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휴대폰도청법, 방송장악법, 재벌은행법 등 'MB표' 반민주·친재벌 악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한나라당 정권이 끝내 MB악법 강행처리를 고집한다면 민주당은 결사항전해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가 합의 가능한 민생법안만을 처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쟁점법안과 민생법안을 분리해 내년 1월8일까지인 임시국회에서는 민생법안만을 처리하자는 것.
자유선진당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서도 원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에 대해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잘랐다. 그는 "대단히 우려스럽고 안일한 인식의 수준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선진당의 중재안은 검토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김 의장에 직권상정 공식 요청을 함에 따라 공은 김 의장으로 넘겨진 셈이다. 하지만 김 의장도 직권상정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직권상정 수용이냐 거부냐'에 따라 여야 대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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