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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LCD '최강' 한국기업도 흑자 '빨간불'


삼성 반도체·LCD-LGD 적자 가능성…"믿을건 환율"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의 한국기업들이 '패닉'상태를 보이고 있는 제품가격 때문에 흑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조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업부와 LCD총괄사업부, LG디스플레이(LGD) 등은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의 경쟁사들이 대규모 누적적자에 빠진 가운데 지난 3분기까지 영업흑자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LCD 등 주력제품 가격이 4분기 업계의 예상을 벗어나는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적자 위기를 맞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그동안 흑자를 유지해온 삼성전자 각 사업부와 LGD의 4분기 영업이익이 소폭 흑자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원달러 환율이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천500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하면서 한국기업들의 수출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덕이다. 더욱이 상황이 악화되는 2009년 1분기에는 적자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LGD "4분기 적자없다" 전망불구, LCD 가격 폭락

실제 메모리반도체, LCD 시황은 환율이 아니면 세계 1~2위인 국내 기업들도 분기 흑자를 달성하기 어려울 만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분기 중반을 넘긴 11월 말 현재 모니터·노트북·TV에 쓰이는 대형 LCD 가격은 대부분 제조원가는 물론 재료값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모니터용 48㎝(19인치) LCD의 4분기 평균가격은 지난 3분기 평균보다 21.7%가 하락했다. 같은 기준 노트북용 39㎝(15.4인치) LCD 가격은 18.9%, TV용 81㎝(32인치) LCD 가격은 11.1%가 떨어진 상태.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당시 권영수 LGD 사장은 "4분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LCD 평균가격은 10%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나, 그 이상 하락할 경우 업계 전체가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2위의 삼성전자 LCD총괄과 LGD는 해외기업들에 비해 102㎝(40인치) 이상 대형 TV용 패널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 평균판매가격의 하락이 업계 평균보다 덜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 TV용 패널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데다,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아 12월 LCD 가격 및 환율 움직임에 따라 국내기업 역시 적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3분기와 비교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30% 정도 급등한 만큼, 국내 LCD 기업들은 4분기 1천억원 안팎의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LCD 가격이 내년 1분기까지 떨어지고, 환율 역시 안정화될 것을 감안하면 다음 분기엔 삼성전자 LCD총괄과 LGD도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LGD는 과거 가격담합 건으로 최근 미국에서 부과받은 4억달러의 과징금을 4분기 회계상 반영키로 해, 경상이익과 순이익에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과징금은 향후 업계 전반에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도 흑자유지 '한계상황'

메모리반도체 역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주요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년 가까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지난 3분기까지 흑자를 이어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역시 적자 전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지난 3분기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소규모 적자를 내면서도 D램과 시스템LSI의 상대적인 선전으로 연결 기준 1천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1월 말 현재 업계 주력의 1기가비트(Gb) DDR2 D램 4분기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분기 평균 대비 38.8%, 16Gb 멀티 레벨 셀(MLC)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준 11월 초까지 34.3%의 하락률을 각각 보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2위의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4분기 낸드플래시 평균가격 하락률을 10% 이하로 예상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은 업계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계 최고의 제품 경쟁력과 혼합판매 역량,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적자폭 확대와 D램 수익성 추가 악화 등을 감안하면 흑자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환율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삼성전자가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 하락률이 덜한 시스템LSI의 선전으로 4분기 소폭 흑자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시스템LSI 부문에서 1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LCD와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빨라도 오는 2009년 1분기 이전에 반등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국내 기업들 역시 내년 1분기까지 흑자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와 경쟁력 격차는 더 확대 긍정적

국내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한다 해도 해외기업들에 비해 기술 및 제품 경쟁력 격차는 더 벌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LCD 부문 경쟁국인 대만에선 현지 1위의 AU옵트로닉스(AUO)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 대만 LCD 업계 전체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몇몇 기업은 생산라인 일부를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대만기업들은 생산설비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추고 있는 상태.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이 더 확고해지고 있다. 두 회사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정기술에서 D램은 50나노미터급을, 낸드플래시는 40나노급을 나란히 도입하며 기술개발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D램에서 2년 가까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대만기업들과 독일 키몬다는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낸드플래시 쪽에선 해외 주요기업들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D램 선두권의 일본 엘피다메모리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국내 기업들과 비교해 공정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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