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 방안을 두고, 정작 국내 SW 업체들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은 전무"하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경부는 지난 10월 30일 SW 산업 발전방안을 수립, SW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W 산업 발전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SW와 서비스업의 융합 ▲SW와 제조업의 융합 ▲SW 산업 역량 강화.
이번 발전방안은 SW와 서비스, SW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SW 산업 역량 강화 방안으로 중소 SW업체의 성장기반 조성을 위해 공공 정보화사업시 '대기업 참여하한 금액'을 내년 4월부터 상향 조정하고, SW 분리발주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SW 산업 발전방안을 접한 국내 SW 업체의 표정은 실망 그 자체다.
중소 패키지 SW업체가 대부분인 국산 SW기업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정책이 없는데다, 발전방안에는 청사진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밑그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어떻게' 빠진 산업 육성책
SW업계는 '융합'을 강조한 이번 발전 방안이 MB 정부의 구색 맞추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입장에서 SW융합은 더이상 새로운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 정부는 자동차, 조선, 국방, 의료, 건설 등 국가 전략산업분야의 SW 융합 확산을 위해 중소기업이 핵심 기술을 제공하면, 이를 적극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 SW와 제조업의 융합을 장려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결고리를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SW 업체는 수요 예측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밋빛 전망에 의지해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SW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자동차에 탑재되는 SW 플랫폼과 유관 솔루션을 개발한다 가정하면, 이에 대한 수요는 대부분 국내 소수 자동차 업체에 국한된다"며 "하지만 대기업은 자체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중소 SW 업체가 산업화로 이어갈 만큼 시장이 형성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제조·서비스 분야에서 SW 융합은 가속화되고, 임베디드 SW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수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미래만을 보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경부가 SW 산업 역량 강화로 제시한 방안중 그나마 중소 SW 업체에게 '가뭄에 단비'가 되고 있는 것은 SW 분리발주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조차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권고 불과한 SW 분리발주, 시행률 미미"
SW분리발주제도는 10억원 이상의 SW 사업에서 5천만원 이상의 SW를 전체사업과 분리해 발주하는 제도로, 중소 SW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정부가 2007년 SW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분리발주 대상 SW를 고시했지만, 단순 '권고'에 머물러 시행률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분리발주 가능한 155개 사업중 20개만 수행했으며,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 보건복지가족부, 소방방재청 등은 단 한건의 SW분리발주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시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획재정부의 정보화예산 심의시 분리발주여부를 사전검토하고, 지경부 및 산하기관의 분리발주 실적을 정기 모니터링 하는 안을 내놓았다.
관련 업계는 정부의 새 방안이 SW 분리발주 시행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한 SW 업체 관계자는 "'권고'사항에 머무른다면 여전히 SW 분리발주 활성화는 구호에만 그칠 것"이라며 "SW분리발주를 체계화할 수 있는 규정이나 지침이 마련돼 실질적으로 시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관부처의 협의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SW 분리발주가 시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공공부분의 정보화 사업을 주도하는 행안부와 지경부가 함께 SW 분리발주 활성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린다면 체계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측은 "지경부 산하기관부터 분리발주를 활성화한 후, 행안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부문 정보화 사업중 분리발주 대상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해외 수출 지원책 '구색 맞추기' 불과
이밖에 국내 SW업체의 만성적인 고민이던 해외 지출 지원에 대한 전략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지화와 해외판매를 지원하는 수출멘토링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실질적으로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체는 올해 5개, 내년 7개에 불과하다.
발전방안에 따르면, 기존 KOTRA 등 해외조직망에 SW 전문인력을 파견해 현지 사업 수요 조사를 실시하는 안이 있지만, 이 역시 내년 3명을 파견하는 것이 고작이다.
패키지 SW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SW 발전방안을 봤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SW 분리발주 활성화, 기술력 있는 중소 SW 업체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고, 산업을 육성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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