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리오가 버진 모바일에 인수되면서 가상사설망(MVNO)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고 포브스가 28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힐리오는 SK텔레콤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인 어스링크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미국에 설립한 무선 재판매 전문 업체. 외신들에 따르면 힐리오와 버진 모바일은 지난 27일 주식 교환 방식으로 3천900만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했다.
이처럼 힐리오가 버진 모바일에 합병됨에 따라 MVNO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 역시 무선 시장 자체가 MVNO 사업자들에게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휴대폰 보급률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이통사업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젊은 세대를 직접 공략하고 나서면서 어떤 사업자들에게 자신들의 망을 개방할 것인지에 대해 조심스런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커런트 어낼리시스의 에디 홀드 부사장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힐리오는 마지막 남은 대형 MVNO업체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 제대로 이해 못했다"
포브스는 힐리오가 실패한 것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스링크 설립자이기도 한 스카이 데이톤 힐리오 최고경영자(CEO)는 미디어 쪽에는 친화적인 편이지만 모바일 산업 경험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시장 정서에 맞는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신 첨단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한 최신 휴대폰을 공급한다는 힐리오의 전략은 이론적으론 멋진 정책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고 포브스는 평가했다.
힐리오는 초기에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플리커 등과 제휴를 체결하면서 일부 혁신적인 서비스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프리미엄 서비스 가격이 월 65~99달러에 달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힐리오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던 오션(Ocean) 폰 역시 결점이 많았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QWERTY 키보드에 고속 3G 접속 기능, 위성항법시스템(GPS)까지 겸비했지만 T모바일의 사이드킥(Sidekick)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MVNO 사업자들이 연이어 몰락하고 있는 점 역시 힐리오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앰프 모바일(Amp'd Mobile)을 비롯해 디즈니 모바일, 모바일 ESPN 등이 몰락하면서 소비자들이 MVNO 자체에 대해 겁을 먹게 된 것이다.
커런트의 홀드 부사장은 "사람들은 2년 약정을 할 때는 최소한 그 기간 동안 안전하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야심적으로 출범했던 힐리오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버진 모바일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포브스는 또 힐리오를 손에 넣었다고 해서 버진 모바일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댄 슐만 버진 모바일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 컨퍼런스 콜에서 "라이벌 업체를 인수하는 것외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에서는 규모가 성공의 열쇠다"면서 "이번 인수 같은 것들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뒤쳐질 것이다"고 말했다.
일단 버진 모바일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MVNO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위축될대로 위축된 MVNO 시장에서 먹힐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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