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차세대 DVD 표준 경쟁 포기 선언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엔 블루레이 진영의 승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블루레이 중심의 차세대 DVD 표준화로 시장이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은 관련 업계에 모두에겐 긍정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다소 고가의 듀얼플레이어를 제작해왔던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2위 낸드플래시메모리 제조사인 도시바가 차세대 DVD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반도체 부문에 집중하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HD DVD 사업철수 가시화…낸드에 역량 집중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도시바가 차세대 DVD 표준인 HD DVD 사업에서 철수할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도시바는 조만간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제품 개발 및 제품 생산 중단 계획 등을 명확히 정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곧바로 18일 낸드플래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초 순차적으로 건립할 예정이었던 낸드플래시 5~6공장을 2009년 동시 건립해 오는 2010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도시바와 미국 샌디스크가 함께 투자하는 2개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현재의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바의 결정에 대해 투자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일 도시바 주가는 개장과 함께 6%대까지 급등했다. 도시바가 차세대 DVD 사업 철수로 수백억엔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보다, 성장사업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는 점을 시장에서 더 좋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DVD 듀얼플레이어 경쟁력 약화 전망
도시바의 HD DVD 사업 철수가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발·판매해온 '듀오HD플레이어' '슈퍼블루' 제품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블루레이 중심의 표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듀얼플레이어를 선택할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내놨고, 2008년 4세대 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말에는 듀오HD플레이어로 블루레이와 HD DVD 싸움의 이점을 동시에 취한다는 전략을 취했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초 미국 '소비가전전시회(CES)'에서 차세대 DVD 듀얼플레이어 슈퍼블루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데 이어 '슈퍼블루2'까지 출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블루레이를 단독으로 지원하는 제품은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아직까지 도시바의 방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에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마운트 등 HD DVD 규격의 영화를 제작하는 대형업체들이 있고, 기존에 출시한 콘텐츠들도 적지 않은 만큼 듀얼플레이어의 경쟁력이 한 순간에 약화되진 않을 것을 보고 있다.
다만 도시바의 사업 철수가 구체화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듀얼플레이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낸드플래시 세계1위 위협도 부담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2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세계 1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도시바가 경쟁적으로 생산물량과 매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반도체 국내업체들의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는 오는 2010년 신규 2개 공장의 가동에 앞서 올해 3분기 중 43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해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하이닉스가 2분기 중 48나노로 16Gb 제품을, 연말엔 41나노로 32Gb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하반기 중 42나노로 32Gb 제품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즉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이 해외보다 크게 앞서고 있는 점과 달리 낸드플래시에선 도시바가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도시바가 과감한 투자로 생산량을 대폭 늘릴 경우, 반도체 시황이나 제품 경쟁에서 국내업체에 득이 될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향후 도시바의 구체적인 입장 발표와 차세대 DVD 및 낸드플래시 시장의 움직임, 그 영향에 대해 국내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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