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업계가 적자의 '소용돌이'에 빠질 태세다.
지난 2007년 2~3분기 D램 가격 급락 속에서도 세계 1~2위 기업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선두권의 엘피다메모리 등 몇몇 기업들은 흑자를 지속하며 강한 생존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 기업들도 범용제품 가격 85% 이상 폭락이란 극한 상황 속에선 하나 둘 적자를 내며 무릎을 꿇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해외 경쟁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생산량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엘피다·이노테라 '이젠 못버텨'…삼성 등도 장담못해
2007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과 일본, 대만의 D램 업체들은 예상대로 줄줄이 적자에 빠졌다. 이 중 엘피다와 이노테라메모리의 적자는 업계의 위기 상황을 더 잘 보여준다.
엘피다는 범용 제품 대신 모바일 D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을 4분기 64%까지 끌어올려 대응했음에도 89억엔의 영업손실을 냈다. 2년3개월만에 기록한 적자다. 이노테라는 모회사인 키몬다 및 난야테크놀로지에 제품 전량을 공급하는 사업 구조로 그동안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7년 4분기엔 역시 7천700만달러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내고 말았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엘피다와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키몬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지난해 4분기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지속했다. 난야,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 파워칩세미컨덕터 등 경쟁력이 뒤처지는 대만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D램 실적은 크게 내세울게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2007년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천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낸드플래시메모리와 시스템LSI를 통해 달성한 것으로, D램 부문 이익은 손익분기점(BEP) 근처에 머물렀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은 삼성전자도 4분기 D램 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또 오는 2월1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를 합쳐도 1천억~2천억원 정도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램 가격은 비수기인 올해 1~2분기까지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어서 이 기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부분 흑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업체엔 오히려 기회
엘피다는 2008년 설비투자 금액을 대만 계열사 렉스칩일렉트로닉스에 대한 투자분을 포함, 전년 대비 58.5%나 감소한 1천억엔으로 낮춰 제시했다. 2007년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한 키몬다, 마이크론 등 여타 해외기업들도 설비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프로모스가 설 연휴를 전후로 10일 동안 생산라인 1곳의 가동을 멈추기로 한데 이어, 이노테라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오는 3월 중 공장 2곳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D램 부문에서 올해 50나노미터급 공정기술 적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해외업체들은 기술경쟁력이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엘피다만 해도 아직까지 70나노급 공정으로 개발을 하고 있고, 대만기업들은 70나노급 공정을 도입하는 데조차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D램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과 달리 트렌치 공법을 사용하는 키몬다, 엘피다 등 기업들이 미세공정을 도입하는데 있어 기술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2007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생산량 확대를 지속하며 해외업체들을 압박할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설비투자는 다소 축소하지만, 역시 생산량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해외기업들의 위기가 가중되면서 최근 D램 가격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8년 하반기부터는 D램 시장의 공급초과 현상이 적잖이 해소될 전망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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