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에 인터넷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차세대기기의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에서 인텔과 ARM이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인텔은 PC 분야에서 쌓은 명성을, ARM은 휴대폰 분야의 대중성과 낮은 소비전력 구현을 각각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맞붙을 전쟁터는 스마트폰보다 뛰어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고, 울트라 모바일PC(UMPC)보다 작은 크기를 갖는 휴대형 인터넷기기의 CPU 분야.
인텔은 차세대 인터넷기기를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로, ARM은 커넥티드 모바일 컴퓨터(CMC)로 명명하고 있다.
◆명성과 실속 앞세워 한판승부
김영섭 ARM코리아 대표는 11일 새로운 '코어텍스 A9 프로세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향후 ARM과 인텔이 휴대형 인터넷기기 분야에서 결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두 회사의 경쟁은 이러한 기기가 대중화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인텔도 AR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텔은 최근 열린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 차세대 휴대형 인터넷기기에 쓰일 '멘로' 플랫폼과 '실버손' CPU를 선보였다. 인텔의 '실버손'과 같은 CPU는 ARM의 '코어텍스 A9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모바일 칩과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ARM은 일반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시장에서 출시되는 휴대폰 중 90% 이상에 자사 코어('ARM 시리즈', '코어텍스 A시리즈' 등)를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휴대폰같은 소형 모바일기기 핵심 칩 부문의 절대강자다.
ARM이 새로 내놓은 '코어텍스 A9 멀티코어 프로세서'는 CMC에 최적화된 성능과 소비전력을 구현하고 있다. '코어텍스 A9 프로세서'는 보통 250밀리와트(mW)에 불과한 전력으로 작동하는 모바일기기들의 성능을 끌어올리며, 매우 낮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CPU 최강자 인텔이 가지고 있는 명성은 ARM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마니토바'라는 프로젝트로 휴대폰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인텔은 '실버손'을 바탕으로 강하게 재도전에 나서는 모습.
인텔은 PC가 모바일기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에서 초저전력 기술과 관련해 아직 ARM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출시할 예정인 '실버손'은 소비전력을 1와트(W) 이하로 줄이고, 오는 2010년엔 다시 '실버손'보다 전력 소모량이 10배나 낮은 CPU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오류 없는 인터넷을 구현하는데 힘을 모아온 인텔은 완벽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는 모바일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ARM보다 경험이 앞선다고 볼 수도 있다.
◆아군 모으기 '한창'
인텔과 ARM은 벌써 아군을 모으는데 한창이다. 인텔은 아수스, 벤큐, HTC, 퀀타, 컴팔, 일렉트로비트같은 주요 PC 제조업체들과 동맹을 맺고, '멘로' 플랫폼을 적용한 MID 개발 및 대중화를 위해 '기술혁신연합'을 결성했다.
ARM은 '코어텍스 A9 프로세서'를 이미 삼성전자, NEC일렉트로닉스, 엔비디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등에 제공하며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인텔은 이번 'IDF'에서 내년 하반기 시장에 내놓은 MID '무어스타운'을 공개했다. 애플의 아이폰보다 큰 와이드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착한 이 제품은 완벽한 인터넷 환경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영섭 사장은 "'무어스타운'의 출시와 함께 아이폰보다 나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MID 및 CMC들이 오는 2009년부터 점차 대중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인터넷기기의 CPU 시장을 놓고 벌이는 인텔과 ARM의 싸움은 다중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MMO RPG)의 막판에 등장하는 초강력 캐릭터와 이용자의 대결을 연상케 한다. 덩치가 집채만큼 큰 캐릭터와 호화 아이템으로 무장한 작은 이용자 캐릭터의 싸움. 그 결말이 어찌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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