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핵심 사업부문인 반도체총괄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각기 다른 성장단계에 진입해 있는 주요 3개 사업부에 대해 색다른 해법들을 모색할 전망이어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메모리 ▲스토리지 ▲시스템LSI의 3개 사업부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 사업들은 회사 측이 지난 2005년 말 선정한 8대 성장동력에 모두 포함돼 있을 정도로 삼성전자 내에서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고, 스토리지 사업은 최상위로 진입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시스템LSI 사업은 삼성전자가 세계 2위 반도체기업이면서 사업 자체가 반도체 업계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과 어울리지 않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수성 작전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오랜 기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D램은 지난 1992년부터, 낸드플래시메모리는 2004년부터 매출 기준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는 상태.
또 노어플래시 부문에서도 올해 1분기 처음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며 조만간 설립될 인텔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합작사인 뉴모닉스, AMD와 후지쯔의 합작사인 스팬션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1위 삼성전자 역시 올해 상반기엔 급변하는 시장동향에 흔들리며 '불안한 1위'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4년 2분기 2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과 46.9%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2분기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각각 3천300억원과 7.7%로 급감했다.
D램 부문은 매출 면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는데 성공했지만, 가격급락과 함께 이익 규모가 매우 작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D램 영업이익률은 국내 경쟁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에 밀린 상황이다.
하반기 들어 D램 및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이 기대 이상 반등하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실적도 적잖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경영진단에선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세계 1위 수성전략 ▲노어플래시 부문의 최상위권과 격차 줄이기 ▲P램같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공략 방안 등에 대해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낸드플래시 및 시스템LSI 라인의 정전사고와 관련해 향후 위기 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지 선두권 따라잡기 모색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지사업부는 시장점유율을 높여 선두업체들을 따라잡는 게 시급한 과제다.
삼성전자 HDD는 지난해 1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도시바와 후지쯔를 제치고 2005년 6위에서 4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게이트, 웨스턴디지털, 히타치 등 1~3위 업체와 거리가 벌어져 있는 상태.
삼성전자는 내년 노트북, TV, PC, 오디오, 홈서버 등을 포함해 가구당 HDD 채용량이 수량 기준 10개, 용량은 4테라바이트(TB)까지 늘어나는 등 성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엔터프라이즈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반도체총괄 내 HDD와 연관성이 높은 메모리, 시스템LSI, OMS(Optical Media Solution) 운영팀이 함께 있어 정보교류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유리하다는 게 자체 평가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의 운영을 맡고 있는 OMS운영팀은 광스토리지 개발·판매에 주력하며 HDD사업부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HDD와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DD)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HDD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사업부 간 공조가 있었기 때문. 최근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 고위관계자는 "오는 2010년경 삼성전자가 HDD 부문에서 세계 2위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사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경영진단에선 ▲HDD 기술경쟁력 강화방안 ▲올해 초 내놓은 초소형 1.8인치 HDD의 점유율 확대전략 ▲스토리지 사업의 외형 및 수익성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LSI 성장발판 마련
아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비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대한 면밀한 진단 결과도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스템LSI 시장규모가 지난해 1천711억 달러에서 오는 2010년 2천286억 달러까지 늘어나 매년 8% 정도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스템LSI는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66% 비중을 차지하며 우리나라가 잘하는 메모리반도체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시스템LSI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인 것. 현재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 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시스템LSI 부문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을 디스플레이 구동IC(DDI), 내비게이터용 모바일 AP, 스마트카드 IC의 3개에서 이미지센서와 미디어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연내 5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경영진단에선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여타 사업부와 공조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품목을 모색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텍사스인스트루먼트(지난해까지 26개사), 브로드컴(32개사), 퀄컴(7개사) 등 비메모리반도체 선두업체들이 그간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인수·제휴·협력 파트너를 찾는데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부사장(IR팀장)은 최근 M&A설과 관련해 "현재 명확한 부분은 없다"면서도 "M&A를 배제해두고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열린 자세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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