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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아리셀 참사' 박순관 대표 징역 4년 확정


총괄본부장 아들 징역 7년, 아리셀은 벌금 8억 확정
"안전보건업무책임자 없으면 사업총괄책임자 책임"
"위험성평가 규정, 사업장 특성 반영 못하면 '미흡'"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23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폭발·화재' 사고로 기소된 아리셀 대표가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와 사업총괄책임자, 안전보건업무책임자 등에 대한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원심과 같이 징역 7년에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박 본부장은 박 대표의 아들이다. 아리셀 역시 벌금 8억원을 확정받았다.

이번 사건은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아리셀이 마련한 위험성평가 절차가 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먼저 "법상 '경영책임자 등'(사업총괄책임자)은 형식상의 직위·명칭에 관계 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면서 사업 전반을 총괄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사업의 조직·인력·예산에 대한 최종적인 인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고 밝혔다.

또 사업총괄책임자에 준해 산업현장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대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업무 전반에 관해 사업총괄책임자로부터 그에 준하는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총괄하면서 조직·인력·예산에 대해 배정·편성받은 범위 내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안전보건업무책임자에 대해서는 총괄책임자의 지시나 감독, 승인, 결재, 관여 행위 등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없다면 사업총괄책임자가 단독으로 '경영책임자 등'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과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024년 8월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같은해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2024.8.28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는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아닌 사업총괄책임자가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법리와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아리셀에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 평가할 사람이 없다고 보고 피고인 박순관이 아리셀의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옳다"고 판결했다.

아리셀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한 위험성평가 실시 규정과 실시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고 항변했으나 대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규정과 계획이 존재하고 있더라도 위험성 평가 절차에 폭발·화재 위험이 있는 위험물질인 리튬을 취급해 전지를 생산하는 아리셀 사업장의 특성이 구체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가 마련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아리셀은 2023년경부터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도 않았다"면서 "피고인 박순관이 '업무절차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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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장면. 2024.12.1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사고는 2024년 6월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 후공정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작업을 위해 쌓아둔 리튬 1차전지에서 내부 단락 등으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아리셀 소속 근로자와 불법 파견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검찰은 사고 전부터 전지의 폭발·화재 위험을 보여주는 징후가 반복됐는데도 회사가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전지 폭발 사고가 세 차례 발생했지만 이를 위험 요인으로 반영해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2023년에는 위험성평가조차도 실시하지 않았다.

사고 이틀 전에도 같은 시기에 생산된 전지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함께 생산된 전지의 후속 공정을 중단하고 안정성을 검사한 뒤 별도로 보관해야 했지만, 아리셀은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가 난 작업장으로 옮겨 대량으로 쌓아뒀다. 작업장에는 열감지기와 가스감지기, 격벽 등이 설치되지 않았고 전지를 소분하지 않은 채 작업 공간과 복도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특별 안전보건교육과 소방훈련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검찰은 박 대표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세우지 않고, 사업장 특성에 맞는 유해·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와 재해 예방 예산, 폭발·화재에 대비한 대피·구호 매뉴얼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 본부장을 비롯한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박 본부장과 아리셀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은 2021년 11월부터 사고가 발생한 2024년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로부터 근로자 320명을 공급받아 전지 조립·포장·검사 등 직접생산공정에 투입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2024년 7월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안치한 후 헌화하고 있다. 2024.7.4. [사진=연합뉴스]

1심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다른 안전 업무 담당자 3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 금고 2년과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아리셀도 벌금 8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리셀에 안전보건업무책임자로 볼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총괄한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봤다. 박 대표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현장 책임자들의 주의의무 위반을 초래했고, 이것이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장 3동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까지는 없었다며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산업재해 발생을 은폐한 혐의도 관련 압수물이 영장에 적힌 범죄 혐의와 객관적인 관련성이 없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은 유지했다. 다만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지 않은 부분은 의무 위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 수행을 평가할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최기철 기자]
2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법원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2026.10.20 [사진=연합뉴스]

반면 사업장 특성에 맞는 유해·위험 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과 폭발·화재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규정과 계획을 두고 있었더라도 리튬전지 사업장의 폭발·화재 위험을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않았고, 사고 전해인 2023년부터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또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고, 생산 현장 실무자 1명에게는 사고 이틀 전 발생한 전지 폭발과 관련한 안전조치를 결정할 주의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본부장 등 안전 업무 담당자 3명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일부 유죄로 유지했다.

2심은 박 대표의 형을 징역 4년으로 낮췄다. 무죄 부분과 피해자들과의 합의 등을 감안했다. 박 본부장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안전 업무 담당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리셀의 벌금 8억원은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의미, 각자의 책임이 귀속되는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 절차의 관계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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