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여기 빈 라면 매대, 재고가 없는 건가요?"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라면 매대에 일부 상품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a629e113b8303.jpg)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첫 주말인 9일 찾은 서울 동대문점.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둘째·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에 따라 쉬었지만, 동대문구는 지난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인근 다른 자치구의 대형마트 휴업과 연중 최대 행사인 '홈플런'이 겹치며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협력사의 납품 중단으로 라면, 과자 등 매대 몇몇 제품이 비어있는 공간이 보였다. 여전히 정산금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 사장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이번 사태를 우려해 홈플러스 상품권을 빨리 사용하러 온 소비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다. 하지만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협력사는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경쟁사 대비 2~3배 긴 45~60일인 점을 고려해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라면 매대에 일부 상품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d331b9487197e.jpg)
이처럼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일부 상품이 동나기도 했다. 이날 찾은 매장에서는 삼양의 한 컵라면 가격표에 '매진' 푯말이 붙었다. 롯데웰푸드가 납품하는 한 과자 칸도 텅 비워졌다. 롯데웰푸드는 납품을 중단했다 지연된 대금을 받고 지난 8일 납품을 재개했으며, 삼양도 오는 10일부터 다시 납품할 계획이다. 상품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일부 상품이 행사 기간 다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말이 지나면 빠진 물건이 하나둘씩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집에 보관하던 상품권을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서 상품권을 문제없이 쓸 수 있지만, 신라면세점과 CGV, 뚜레쥬르, 빕스, 에버랜드 등 일부 제휴처는 사용을 막고 있다. 결제 금액의 정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한 소비자는 "작년에 TV 약정을 갱신하면서 모바일 홈플러스 상품권을 받았다"며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고 얼른 써야겠다고 생각해 오늘 마트를 찾았다"고 말했다.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라면 매대에 일부 상품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f2bcdd5aa0be8.jpg)
1월부터 매출액을 정산받지 못한 입점업체 사장들도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했다. 홈플러스 일부 매장을 빌려 영업하는 옷가게 업주 A씨는 지난달 정산 예정이던 대금 1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산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대체 언제쯤 준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한 지인은 홈플런 기간에 단기 입점했다가, 이번 사태가 터져서 장사를 아예 접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과 업계의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법원으로부터 일부 상거래 채권에 대한 변제 허가를 받고, 미뤄졌던 대금 지급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아 협력사와 입점업체들은 발을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라면 매대에 일부 상품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7ce6946b49cc7.jpg)
업계에서는 홈플런 행사가 끝나는 12일 이후를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할인행사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지만, 종료 후에도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현재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추가 대출이 어려운 만큼, 매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매출로 채권을 갚아나가야 한다.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매출이 줄어들면 정산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가 납품업체·협력업체 등에 지급하는 정산 대금은 매달 35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6일 기준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이달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유입액이 3000억원 수준으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홈플런 행사는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11% 증가했을 정도로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행사 초반부터 지난해보다 더욱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9일 '홈플러스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홈플러스 노조와 입점업체 점주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민주당은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방만한 경영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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