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가 관여한 경우도 있지만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컨설팅 업체나 보조원들이 진짜 많거든요. 근데 일단 모든 책임을 중개사에게 먼저 지라고 하니, 거래도 없는 상황에서 업소 운영하기가 나날이 힘들어지네요."
임대차 시장 취재를 위해 방문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이런 얘길 들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월세 계약과 매매 문의가 줄어든 가운데 여러 원인과 주동자들이 얽힌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공인중개사의 책임만 커져 억울한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그는 부동산 중개 관련 앱을 이용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고 비율도 높고, 그중에는 중개사가 아닌 사람들이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볼 수도 없는 카페나 식당 같은 곳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들도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의 전세사기 예방책도 중개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전세사기로 인한 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 실효성 강화를 위해 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소송 없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절차 간소화할 계획입니다.
현재 개인 2억원, 법인 4억원 수준인 연간 공제한도를 위험요인에 따라 상향·차등화하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의 조정사항에 중개사고를 추가해 지급기한을 현재 2~4년에서 3개월까지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조정위는 보통 보증금 증감, 임대차 기간, 보증금 반환, 임대차계약 갱신 및 종료 등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을 다루는데요. 조정위에서 성립된 조정은 동일한 내용의 민사상 합의로써 효력을 가지며,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조정서의 정본은 '민사집행법' 제56조에도 불구하고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나중에 과실 비율 산정과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여러 변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예로 들면, 과실 비율이 100대 0인 경우도 있지만 7대 3, 6대 4 등으로 천차만별"이라며 "전세 보증금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차인과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과실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0만원, 100만원 수준의 소액 거래도 아니고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달린 문제라 과실 비율 산정에 따라 각각 보상하는 금액이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조정에서 절차가 이상적으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합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강제조정을 하든 할 텐데, 강제조정에 불복한 당사자는 결국 다시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대책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했습니다.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면 합의가 원활히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뿐더러 법정 소송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입니다. 중개업 현장의 목소리와 비슷하네요.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조정으로 잘 해결되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고, 객관적인 제3자가 어떤 결정까지 내릴 권한이 있으니 그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조정으로 마무리하게 하는) 어떤 심리적인 압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합의 자체가 원활히 이뤄지는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고 소송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안에 따라 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결국 당사자간 합의가 된 사안이 아니면 소송으로 가게 되니까 그런 점을 고려하면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긴 어려워 보인다"고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당사자 간 적정한 수준의 합의점을 찾은 게 아닌 이상, 3개월 내에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받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됩니다. 조정 절차가 종국적 해결 수단이 되긴 어렵다는 뜻이죠. 이에 중개 참여자들간 분쟁을 쉽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현실화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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