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에 계획했던 생산설비 구축 등 일정을 재조정하며 전동화 전환의 타임라인도 일부 수정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 선도적으로 내놓은 관련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확대되고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라는 큰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전략을 필두로 브랜드 제고,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 등으로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며 글로벌 톱3 완성차 업체로 우뚝 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은 548만 대를 세계 시장에 판매했다. 1위 토요타그룹(827만 대), 2위 폭스바겐그룹(671만 대)에 이어 3위다.
수출도 호조세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현대차는 300억 달러, 기아는 200억 달러 수출로 국내 수출 1, 2위를 꿰찼다. 반도체 등 기존의 국내 주력 수출 상품이 고전하는 사이에 자동차가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이 공을 들인 전기차 수출 실적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 2020년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모델들(아이오닉5, EV6 등)이 해외 시장에서 잇단 호평 세례를 받아 상을 휩쓸었다. 높은 기술력과 상품성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수출은 2020년 11만9569대에서 지난해 21만8241대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여세를 몰아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달에는 현대차가 울산공장내 연간 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섰다. 지난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이다.
기아도 지난 4월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생산능력 15만 대 규모의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최근 싱가포르에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해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했다. HMGICS는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의 제조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연간 3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지난해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 30만 대 규모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더해 현대차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도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지난 8월에는 제너럴모터스(GM) 인도공장을 인수했다. 이 공장은 연간 1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는 공장 증설, 전동화 전환 등 작업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으로의 대전환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차량 주행 보조와 커넥티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등이 밀접하게 상호 작용하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등 원천 기술 확보한다는 것. 향후에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로보택시,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제품군과 연동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총 18조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는 △연결성,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 △스타트업·연구기관 대상 전략 지분 투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SDV 대전환에 맞춰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차량 개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을 모아 본부급으로 승격시켜 신차 개발 완성도 제고와 양산 품질 확보 측면을 강화했다. 기존 연구개발본부 조직 중 차세대 혁신 기술 부문을 재구성해 별도의 담당으로 편성했다.
R&D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 기술 경영자(CTO) 산하에 △TVD(Total Vehicle Development)본부 △차량 소프트웨어(SW) 담당 △META(Mobility Engineering & Tech Acceleration)담당 △독립형 개발조직(배터리·로보틱스·수소연료전지·상용)·디자인센터 등 각 부문을 독자적인 개발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재편했다.
특히 내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4'에 참가해 SDV 전략을 구체화하고 향후 청사진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통합형 운영체제(OS) 개발 성과를 비롯해 하드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에서 'SW 중심의 아키텍처로의 변환' 등이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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