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카카오의 인사와 감사를 맡은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주먹구구식 의사 결정과 방만한 비용 처리를 작심 비판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 임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김범수 창업자, 간곡히 부탁…내부 문제 듣다 보니 끝도 없어"
김 총괄은 28일 개인 페이스북에 카카오에 합류하게 된 배경, 욕설 논란 등과 관련해 장문의 글을 4차례에 나눠 올렸다. 그는 "김범수 창업자와 저녁을 먹으며 카카오 전체에 대해 인사와 감사 측면에서 한번 제대로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들었다"며 "2번은 거절했는데 3번째에는 술을 거의 8시간이나 마시며 저를 압박했었고 결국 승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IDC)·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끝이 없었다"며 "이런 내부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기존 기득권(특히 각종 카르텔)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음해와 투서, 트집 잡기 등이 이어질 것이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가를 깊게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집 잡기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보상을 전혀 받지 않되 제가 소개해주는 천주교 바보나눔이나 기독교 기아 대책 그리고 자폐 연구를 하는 하버드 의대와 MIT 의대에 김범수 이름으로 기부해 달라고 하며 카카오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억원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 보유도…현황 보고까지 한 달"
김 총괄은 지난 9월 중순 카카오에 합류해 첫 출근한 후 그가 파악한 카카오 내부 경영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 부서 실장급의 연봉이 그보다 경력이 더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 회원권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계열사 골프 회원권 현황을 보고하라는데 (담당자가) 계속 미적댔고 호통을 치고 계속 요구하는데 결국 한 달 가까이 되어서야 보고를 했다"며 "일단 해당 관리부서장의 초고가 골프 회원권부터 반납을 지시했고 전체에 대해 조정과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제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도 추진 중이다. 김 총괄은 "평가와 보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데 성과급의 가시성 확보, 상후하박(윗사람에게 후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박함) 구조 개편 등 1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시작해서 내년도 제도를 마련하려고 한다"며 "법인카드는 모두 클린카드로 변경해서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 9월 카카오 재무그룹장(CFO)을 맡았던 임원이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7~800억원대 공사 업체 선정에 체계 無…분노 폭발"
김 총괄은 '욕설 논란'과 관련해 카카오 임원과 언쟁을 벌이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김 총괄이 10여 분간 소리를 지르며 업무보고를 하던 직원들에게 욕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총괄은 "내년 1월 시작될 제주도 프로젝트의 업체를 선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되다가 욕설까지 하게 됐다"며 "특정인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고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며 해명에 나섰다.
김 총괄에 따르면 카카오는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 지역 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 센터를 설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인재를 고용하면서 장애인 예술 단체가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총괄은 "이 프로젝트에 카카오스페이스(카카오 부동산 개발 계열사) 직원들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는데 한 임원이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업체를 어떻게 정했냐고 물으니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 팀이 있는데 외부 업체를 추가 비용을 들여 결재도 없이 쓰자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7~800억원이나 되는 공사 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주장하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가 분노가 폭발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례들을 모두에게 이야기하다가 '이런 개X신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는 말을 하게 됐다"면서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욕설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판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는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걸 따라야 한다"면서도 "그러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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