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올해 12월 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살 생각이었어요. 아내 직장과도 가깝고 제가 다니는 직장 통근버스도 바로 앞에 정차하는 이점이 있어서죠. 그런데 얼마 전 집주인이 연락해 왔는데, 실거주하겠다며 계약 만료 기간에 맞춰 퇴거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난주 지인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A씨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당연히 전세 계약이 연장돼 2년을 더 무리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연 집주인이 전셋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밝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집을 구해야 할 처지라고 하네요.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법에 따라 총 4년(2+2)간 거주를 보장받게 돼 있지만 임대인이 직접 전셋집에 들어와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임차인은 꼼짝 없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권역 내 다른 전셋집을 구하면서 이사를 준비 중인 A씨는 그래도 궁금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임차인이 나가야 하는 것까지 당연히 이해하지만, 과연 세입자가 임대인이 실거주한다는 말만 전적으로 믿고 나가는 것이 맞냐는 것입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보통 이 경우엔 전세 세입자는 별다른 방도 없이 퇴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은 갓 생긴 제도라 이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판례가 충분치 않다. 그러나 퇴거 이후 집주인이 들어온다는 말이 거짓이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세입자에 전달하고 난 이후 임차인이 퇴거 전에 집주인에게 구체적인 증거나 입증 서류들을 받아보는 식의 확인 절차를 거칠 수 있을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를 요구할 순 있지만, 임대인이 입증자료를 제공하지 않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방을 빼기 전 집주인에게 실거주 사유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며 "예를 들어 집주인 아들이 들어와서 산다고 하면 아들 부부의 청첩장 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임대인이 꼭 확인시켜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우선 집주인이 '실거주하겠으니 나가달라'고 하는 내용'에 대해 문자와 통화녹음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며 "이어 집주인에게 실거주와 관련해서 증빙자료(현재 임대인이 거주하는 집의 기한 만료 계약서 등)를 달라고 요구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집주인이 해당 전셋집에 실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임차인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김 변호사는 "세입자 퇴거 이후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이 가능한데, 손해배상에 관한 증명책임을 완화하기 위해서 임차인이 전입가구 열람을 해볼 수가 있다"며 "만약 실거주하지 않는 것이 밝혀지면 손해배상책임을 임대인에게 물을 수 있다. 손해배상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해져 있다"고 했습니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임대인의 말을 믿고 이사 나갔는데, 실거주 통보와 다르게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며 "예로 등기부상에 전세권 설정등기가 설정돼 있다든지, 다른 세입자가 사는 정황 등을 파악한 후 소송을 통해 전입가구 열람 내역서를 발급받아 사후 입증이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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