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12억원,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3년 3개월 만에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기준 6억7788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결혼해도 스스로 전셋집을 구하는 것조차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이럴 때마다 항상 "예외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젊은 나이에 일찍이 수억~수십억대의 주택을 당장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소위 금수저 집안으로 다수의 자가 또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제외하겠습니다.
부모의 도움, 금융권 대출 없이 온전히 전세조차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증여세 면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부부 합산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습니다. 최근 주거 부담에 결혼을 망설이거나 미루는 청년층의 결혼을 장려하고, 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의 '2023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과도한 세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좋은 취지임에도 일각에선 이 같은 '부모찬스'를 주는 것은 청년층 간 불평등과 부의 대물림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네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로부터 1억원 이상을 증여받은 30대는 14%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런 불만이 나올 법도 합니다.
신혼부부의 희비는 증여세 면제 한도에서도 빚어지는데, 직장내 '사내대출'에서도 교차하는 모습입니다. K 반도체를 견인하는 국내 대기업 2곳은 흔히 '쌀집'과 '갈빗집'으로 불립니다. 두 업체의 사업장이 자리잡은 이천과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인 쌀과 갈비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올해 말 결혼을 앞둔 지인 A씨는 그래서 쌀집 직원입니다. 성과급이나 연봉 등 각종 처우 면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기업 종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 반도체 회사 간의 이직도 매우 활발한 편입니다. 성과급 시즌이나 연봉협상 시즌에 항상 화두에 오르는 곳들이기도 하죠.
A씨는 결혼을 앞두고 관악구 봉천동 일원에 신혼집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힘든 시기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입니다. 약 7억원에 구축 아파트를 매입했는데요, 부부가 그간 모은 예·적금과 부모님과 은행의 도움을 일정 부분 받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예비부부의 마음에 쏙 든 매물을 낙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쌀집의 '사내대출' 제도 덕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쌀집은 갈빗집에는 없는 사내대출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무주택자 대상 1회, 1억원을 10년 동안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쌀집 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금리는 1.5%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요즘이라면 너무나 좋은 조건입니다. 특히, 지난해 부모로부터 1억원 이상을 증여받은 30대의 낮은 비중을 감안해 보면, 쌀집 직원으로선 큰 혜택을 받는 것이 분명해 보이네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갈빗집 직원 B씨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B씨는 걱정이 많다고 하네요. A씨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사내대출 제도가 없는 갈빗집과 달리 회사가 1억원을 저리로 빌려주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B씨는 "정부의 증여세 면제 한도 완화 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라며 "모아둔 돈과 대출을 끌어모아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물론 상황에 맞게 집을 구해야 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소형 구축 매입을 위해 영끌해도 정말 딱 1억이 부족하다. 쌀집 사내대출 제도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쌀집'의 파격적인 사내대출 제도가 입사와 이직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입사를 앞두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고 합니다. A씨는 "이직이나 입사 고민을 하는 사람 중 사내대출에 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사내대출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오래전부터 퍼져 시세가 유독 높게 형성돼 있을 정도"라며 "실제 타사에서 결혼과 같은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이직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주거 부담이 사실 제일 크지 않냐"며 "1억으로 1억짜리 전셋집을 구하든, 서울 10억짜리 집을 사든 둘 다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만한 복지 혜택도 없으니 주변에서도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주거 부담을 줄여주는 파격 사내 복지 제도를 선보이는 곳들이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P사는 저금리에 생활자금 1500만원, 주택 구입 자금 9000만원, 전세 자금은 700만원까지 대출해주며,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업체는 기혼 직원에게는 최대 3억원의 주택 자금 대출을 보증하고 있습니다.
실제 인크루트가 MZ세대 구직자 대상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이 기업의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아도 복지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업의 복지 제도는 채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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