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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소미 부동산] "전관업체만 끊어내면 부실공사 막나요?"


LH, 전관업체 11곳 용역 계약해지…"앞으론 수주 못하게 규제"
전문가 "전관업체 퇴출로 해결될 문제 아냐…본질 흐리기 불과"
"짧은 공기·불법하도급·무리한 공사비 절감 등이 근본적 원인"
계약해지 기업 손해배상 소송 제기 가능성·주택공급 차질도 우려

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철근 누락' 사태로 부실공사 이슈가 나날이 거론되며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관업체와의 용역 계약을 모두 해지하겠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부실공사 문제의 책임 소재가 시공사에서 설계사, 감리사를 넘어 전관업체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LH 사태의 흐름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부터 시작됩니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이 붕괴됐는데요. 이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아파트 101개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됩니다. 총 20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는데요.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자 정부에선 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 293곳도 전수검사를 시행한다며 우선 시공사에게 검사 비용을 모두 지불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설계사, 감리사 등 여러 사업 주체들의 잘못이 얽혀있는데 시공사의 책임으로 몰아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 누락 문제가 훨씬 많은 상황이고, 시공사는 설계대로 지은 게 대부분이다. 안전진단비용을 시공사에 지운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안전이 확인되면 그다음엔 어떻게 보상할 건지 구체적인 안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아파트 설계사는 건물·구조물의 형태와 재료, 공사 방법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도면을 그려 명시하는 일을 하며, 시공사는 시행사로부터 발주받아 공사를 담당합니다. 설계사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설계대로 건물을 짓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감리사는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계대로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담당하는데요. LH가 처음 발표한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10곳은 '설계 누락', 5곳이 '시공 과정에서의 누락'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설계사와 시공사가 부실 공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실공사 문제가 설계사 잘못이냐, 시공사 잘못이냐로 나뉘는 것 같은데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감리 문제도 크다"며 "감리 문제는 생각보다 주목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계속되는 부실공사 책임공방, 진짜 주범은 누구일까요. 전문가들은 부실공사는 "무리한 공사비 절감, 불법 재하도급, 짧은 공사기간,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풀어가는 방식을 보면 본질적인 해결책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LH는 최근 전관업체와 설계·감리 등 용역계약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이미 체결을 마친 전관업체와 용역계약까지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LH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전관업체 계약이 해지 대상으로 총 648억원(11건) 규모입니다. 또, 입찰 또는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설계·감리 용역 23건에 대해선 후속 절차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국토부는 향후 설계·감리 용역 업체를 선정할 땐 LH 퇴직자 명단을 의무 제출토록 하고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관업체 퇴출이 부실공사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부실공사가 발생한 건 근본적으로 최저가 수준의 공사비, 공사기간 부족, 불법 재하도급,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이 주원인"이라며 "설계부터 시공사, 감리, 발주자의 전반적인 역량 부족 등 시스템 문제도 함께 있으며 전관업체 문제는 간접적인 하나의 요인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부실공사 해결을 위해서 설계, 시공, 감리, 발주 단계에서 공사비나 공사기간 등을 개선해야 하는데 핵심은 바꾸지 않고 보조적인 부분(전관업체)만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건물을 짓기 때문에 상호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한국인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며 "또, 하도급 업체가 불법임에도 재하도급하는 문제도 있다. 하도급을 반복하면 원래 공사 비용보다 절감된 비용으로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LH 전관업체가 부실시공을 했다면 벌을 주는 게 맞지만 LH 출신이라도 좋은 설계를 해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면 상을 줘야 한다"며 "LH 출신 중에 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아예 가점을 주지 않거나 벌점을 주는 방식보다 잘못한 업체에 적정한 처벌을 내리는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전관업체만 배제하는 방안이 건설 현장에 좋은 영향을 줄 순 없다는 겁니다.

LH의 전관업체 퇴출 대책이 오히려 다른 편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최 교수는 "국토부가 전관을 배제하면 기존 전관업체에선 자회사처럼 드러나지 않는 회사를 설립해 전관을 채용하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서류상에선 전관이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관이 로비를 하는 상황 등은 여전히 존재하게 돼 이번에 내놓은 대안은 현실성이 전혀 없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섣부른 전관업체 퇴출이 공공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용역 계약을 해지한 사업에 대해선 다시 모집공고를 내야 할뿐더러 국토부와 LH가 오는 10월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때까지 민간에서도 정부 눈치를 보며 주택 사업이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LH 측은 공급 차질 가능성을 일축합니다. LH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에 전관업체 용역 해지로 취소된 물량은 약 2800세대 정도"라며 "회사 규모상 후순위 사업을 좀 더 빨리 진행하면 그 정도 규모는 충분히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용역 계약 해지 업체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긴 하다"면서도 "어느 정도 위험부담은 안고 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최 교수는 "공급 차질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10월 대책이 나와야 그 다음에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는데, 최소 3~4개월 정도, 사업 실행 단계까지로 보면 6개월 정도 사업이 늦춰질 수 있다. 그러면 주택공급은 6개월~2년 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민간에서도 정부 눈치를 보며 사업이 밀리고 있다"며 "대책이 나온 뒤에는 이전보다 부실공사, 품질안전 확보에 신경 써야 해 민간이든 공공이든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공급이 밀리는 동안 수요는 늘어나면서 6개월~2년 뒤엔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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