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공사비가 오르고 있다곤 하지만 땅값은 떨어지고 있다잖아요. 나중에 분양하는 단지들은 분양가가 좀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한 견본주택 현장에서 최근 땅값이 하락하면서 지금 짓기 시작하는 집들은 분양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는 수요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파트 분양가는 순수 대지비(민간은 감정평가액)와 가산비(연약지반보강, 흙막이, 특수공법 등)를 더한 '택지비'와 공사비 등을 포함한 '건축비'로 구성되는데요. 이 중 하나인 택지비가 하락하면 분양가도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언뜻 보기엔 타당한 이야기 같습니다.
일단 분양가 흐름을 살펴볼까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죠.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평)당 3천192만7천5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서울 광진구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평당 4천50만원,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는 3천285만원, 용산구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은 평당 4천500만원대를 보였습니다.
서울 인근 수도권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광명에서 올해 4월 공급한 '광명자이더샵포레나'는 평당 2천700~2천800만원대, 지난달 분양한 '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평당 3천700만원대로 분양가가 책정됐습니다.
나날이 분양가가 치솟다 보니 수요자들 사이에선 분양가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말 분양한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평당 분양가 3천829만원)은 청약 경쟁률이 5.45대 1 수준으로 저조했지만 최근 분양하는 단지들은 두 자릿 수 이상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축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건축비는 오르지만 땅값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인데요. 국토교통부의 '상반기 전국 지가상승률 및 토지거래량'을 보면, 서울 땅값은 2012년 하반기(0.05%↓)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엔 0.75% 올랐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0.01% 감소로 바뀌었는데요. 전국 시도 가운데 상반기 땅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제주(0.45%→0.35%↓)였습니다. 이어 울산(0.49%→0.16%↓), 대구(0.82%→0.12%↓), 전북(0.86%→0.08%↓) 순이었는데요.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서울 성북구(0.64%↓), 서대문구(0.61%↓), 도봉구(0.56%↓), 동대문구(0.55%↓), 강서구(0.54%↓) 등 152개 시군구의 지가 변동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땅값이 떨어졌으니 분양가 고공행진엔 제동이 걸릴까요. 이론적으론 가능한 이야기지만 서울을 비롯해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나온 통계는 일시적인 부분이고 서울은 개발할 땅이 늘 부족해 택지비 쪽에서 가격이 줄어들 만한 요인이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대규모 개발지가 남아있는 데가 없다"며 "경기나 인천권은 대지비 하락 시 분양가 하락이 가능한데 서울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은 시장환경이 좋지 않다고 해도 오피스 쪽 시장에선 사무실이 부족하다 하고 주거 쪽에서도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공급부족 시장임을 강조합니다. "지표상 서울 땅값이 하락한다는 건 일시적인 부분이고 작년에도 서울 땅값은 올랐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따라서 서울의 경우 택지비 쪽에서 가감요인이 크진 않고 건축비가 앞으로 저렴해질 가능성도 낮아보인다는 전망입니다.
강남 3구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기본 건축비와 택지비로 분양가가 구성되는데, 건축비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택지비가 줄어들면 분양가가 떨어질 수 있지만 강남 3구의 땅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또, 서울은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다면 공급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습니다. "대지비 하락이 꼭 분양가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 같진 않다"고 합니다. "사업지마다 달라 일반화하긴 어렵다"면서도 "땅을 저렴하게 구매한 사업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나올 순 있겠지만 모든 지역이 그럴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말이죠. 물론 분양가 진단과 전망을 단기적 시각으로만 볼 사안은 아닐 겁니다. 보다 긴 안목으로 쥬탹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며 판단하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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