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의 기대작 '갤럭시Z5' 시리즈가 올해 하반기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승기를 잡고 3분기 전체 실적을 이끌 효자템이 될 지 주목된다. 전작의 단점을 보완한 동시에 역대급 스펙을 갖춘 이번 신제품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리더십을 굳힐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26일 오후 8시 서울 코엑스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Z플립5·폴드5'를 공개한다. '갤럭시 언팩'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할 '갤럭시Z플립5·폴드5'는 전작보다 편의성과 디자인이 크게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일단 '갤럭시Z플립5'의 외부 화면은 3.4인치로, 전작인 '갤럭시Z플립4(1.9인치)' 대비 두 배 가까이 커진다. 또 '갤럭시Z5' 시리즈 모두 '물방울 힌지' 기술이 접목돼 접힘 부분(힌지)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기들의 내부 디스플레이는 밀착되고 접히는 부분 주름이 최소화돼 폈을 때 접힌 자국이 크게 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U자' 힌지가 적용돼 곡률 반경(곡률에 따라 원을 그렸을 때 그 반지름)이 컸다"며 "접었을 때 힌지 부분만 빈틈이 생겨 내구성, 두꺼운 두께 등의 단점이 있었지만, 이번에 물방울 힌지를 적용하면서 주름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中·印보다 韓서 더 비싼 '갤Z5'?…폴더블폰 리더십 굳힐까
출고가는 국내에서 전작 대비 5만~10만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가격이 오름세인 데다 '갤럭시Z플립5'에 기존보다 2배가량 큰 화면이 탑재되고 '갤럭시Z5' 시리즈 모두 퀄컴의 최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두뇌 역할 반도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Z플립5'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모델 기준 139만~140만원대, 512GB 모델은 151만~152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플립4'과 비교하면 약 4만~5만원 오른 수준이다. '갤럭시Z폴드5'의 경우 전작 대비 9만~10만원가량 오른 209만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 인도 등 일부 시장에선 전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도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 1, 2위 국가란 점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사실상 전작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인도 시장 내 '갤럭시Z폴드4(256GB)'의 출고가는 15만4천999루피, '갤럭시Z플립4(256GB)'는 9만4천999루피였다. 중국 시장에서는 동일한 제품이 각각 1만2천999위안, 7천499위안에 책정됐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의 가격을 각각 15만 루피, 10만 루피 ▲중국에서 1만2천999위안, 7천499위안으로 책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최근 오포,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뿐 아니라 구글까지 폴더블폰을 내놓는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5%를 기록했다. 2021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했다.
경쟁사들이 많아지며 폴더블폰 시장은 점차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전년 대비 약 42% 성장한 1천830만 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 목표를 전작 보다 30% 높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목표를 달성하고자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번 '갤럭시 언팩'에 중국 언론을 대거 초청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최소화에 주력함으로써 '폴더블폰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통신 3사가 출고가 동결을 요청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출고가를 동결시킬 가능성도 아직 있다"고 말했다.
◆ '언팩' 전 다 공개된 신제품 스펙…자신감 드러낸 노태문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전부터 신제품 스펙이 대거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일부 IT 팁스터(정보유출자)들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갤럭시Z5' 시리즈로 추정되는 기기 사진을 올렸다가 삭제해 눈길을 끌었다. 또 '갤럭시 언팩' 한 달 전에는 신제품 공식 이미지까지 유출돼 삼성전자가 직접 나서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 탓에 업계에선 그간 유출됐던 '갤럭시Z5' 시리즈의 정보들이 실제 공개된 스펙들과 얼마나 맞을 지를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외신과 IT 팁스터들을 중심으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은 전작과 동일한 3천700mAh(갤럭시Z플립5), 4천400mAh(갤럭시Z폴드5)다. '갤럭시Z플립5'에는 후면 듀얼 카메라(1천200만 화소 초광각·듀얼픽셀), '갤럭시Z폴드5'는 후면 트리플 카메라(1천200만 화소 초광각·5천만 화소 듀얼 픽셀·1천만 화소 망원)가 적용된다.
폴더블폰 최초로 '방진' 기능이 탑재될 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3' 시리즈부터 '방수' 기능을 지원해왔지만 방진 기능은 제공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번 신제품에 'IP58' 등급의 방수·방진이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Z폴드' 시리즈에 탑재된 S펜은 이번에도 내장하지 않고 별도로 휴대하는 기존 방식을 채택할 전망이다. 기기 본체에 내장하면 무게와 두께를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공개됐던 공식 이미지에 따르면 물방울 힌지 적용과 '갤럭시Z플립5'의 외부화면 크기 확대는 기정 사실화됐다.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그동안 디자인과 휴대성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작은 커버 디스플레이는 유일한 단점으로 지목됐는데, 이번에 외부 화면이 커지면서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 초창기 모델 화면이 3.5인치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갤럭시Z플립5'의 커버 디스플레이가 3.4인치라는 것은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며 "화면을 열지 않고도 동영상을 시청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활용성이 극대화 돼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작보다 얇고 가벼워진다는 점도 판매량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의 무게는 전작보다 각각 2g, 9g 가벼워진 185g, 254g일 것으로 봤다. 접었을 때 두께도 1~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이번 신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 사장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갤럭시 폴더블은 더욱 본연의 기능과 사용성에 충실하게 정제된 디자인을 구현했다"며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의미 있는 사용성과 외형적 아름다움을 모두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 애플에 밀린 삼성, 프리미엄폰 점유율 확대 '총력'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폴더블폰 언팩을 8월 둘째 주 전략 시장인 미국 등에서 진행해왔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행사를 열고 시기도 2주 앞당긴 7월 말로 정했다. 또 '갤럭시 언팩' 행사 후 다음달 1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같은 달 11일부터 '갤럭시Z5' 시리즈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출시 시기를 서두른 이유는 폴더블폰을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음에도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약 5% 감소하면서 8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판매가 600달러(약 77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이어졌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7%에서 지난해 21%로 커졌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8%에서 55%로 커졌다. 5대 중 1대꼴로 팔리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매출에선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크게 밀리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75%)과 삼성전자(16%)가 90% 이상을 차지했으나, 두 기업 사이 격차는 상당하다. 여기에 '삼성 텃밭'으로 여겨졌던 인도 등 신시장을 중심으로 최근 애플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더 한 상태다. 특히 올해 2분기 동안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삼성전자로선 더욱 불리해졌다.
여기에 애플의 차기작인 '아이폰15' 시리즈가 오는 9월 공개될 것이란 점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고민 거리다. 신작 출시 한 달여만에 경쟁사의 차기작이 나오면 '갤럭시Z5'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15' 시리즈에 애플의 자체 규격(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타입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기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교체 수요도 상당할 것이란 점도 위협 요소다. 애플은 내년 12월 말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등의 충전단자를 USB-C타입으로 통일하도록 한 유럽연합(EU)의 규제에 따라 이처럼 나섰다.
이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올해 '아이폰15' 시리즈의 출하량 목표를 지난해와 동일하게 8천500만 대 수준을 유지하기로 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에 프로 모델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어서 전반적으로 수익 증대 효과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애플은 프리미엄화 전략에 맞게 올해 보급형 모델 출하량은 약 200만 대가량 줄일 방침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선 걸그룹 '뉴진스'와 협업해 '아이폰14 프로'로 제작한 뮤직비디오 'ETA'로 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10~20대 젊은 층에서 점차 외면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애플은 뉴진스 효과 등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18~29세 '아이폰' 이용률은 65%로, 지난해(52%)보다 무려 13%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이용률은 32%로 기존(44%)보다 무려 1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선 애플이 부품 수급 등의 이유로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시기가 9월이 아닌 10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해 삼성전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정보통신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아이폰15' 시리즈 플래그십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의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올 들어 계속된 적자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스마트폰 사업에서 이를 메워야 하는 큰 책임을 갖고 있다"며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시장 개척자인 삼성전자가 이번 신제품 흥행에 온 힘을 다 쏟는 듯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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