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현재 국토교통부 공식 주택 통계에는 미분양 주택이 7만호 수준이지만 실제 미분양은 10만호 수준을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분양 적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사와 2금융권의 부실화가 우려됩니다. 현재로선 지난 금융위기 때 실행한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와 관련 정책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분양 물량의 적체를 막기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주최로 열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미분양주택리츠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다.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 서종대 주산연 대표, 한만희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정기섭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현재 주택시장이 직면한 상황을 진단과 민간 재원 활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최덕철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미분양주택리츠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발표에서 "미분양 주택 통계는 주택사업시행자에게 문의로 조사되는데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실제 청약과 계약기준 미분양보다 30~50% 수준 적게 응답하는 축소 심리도 반영된다"며 "현재 미분양 주택은 4월 기준 7만 1천호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10만호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미분양 주택이 감소한 건 전년 동기 대비 분양실적 크게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며 "2021년 1~4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분양 실적이 52%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미분양 주택은 완화될 것 같지만 지방은 적체가 예상돼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CR리츠 활성화…공공기관 신용보강 및 양도세·취득세 감면혜택 필요
최 부연구위원은 지방 미분양 주택 적체로 인한 건설사와 제2금융권 등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선 CR리츠의 활성화와 그를 위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분양 사업장을 가진 시공·건설사는 CR리츠 실행 전 최소 30% 이상 손실을 볼 상황이었는데 실행 후 7% 내외로 손실액을 줄였고 투자자는 7% 내외의 수익을 거뒀다. 또, 대출금융기관은 원금과 약정이자를 모두 회수했고 임차인들은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의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총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 등에 투자 및 운용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로 자기관리리츠, 위탁관리리츠, CR리츠로 구분된다.
이 중 최 부연구위원이 언급한 CR리츠는 투자 대상을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으로 제한하며 위탁관리리츠와 기본구조는 동일하되 '기업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최 부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직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도입된 CR리츠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가격 30% 이상 하락 시 하락한 가격으로 공공구매를 확약해 신용을 보강해 주고 세제·금융지원으로 사업성을 강화시켰다"며 "이후 시장 정상화기에 해당 지원책을 폐지했는데 이를 복원하고 과거 시행과정에서 미비점으로 나타난 보유세 등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R리츠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매입임대 대상의 적정성과 매입가격 적정성을 판단, 매입확약을 해주는 신용보강을 통해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미분양 주택 양도소득세 특례,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사회적 합의 필요 VS 선제 대응…전문가 의견 엇갈려
주산연이 제시한 CR리츠 활성화와 세제 지원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CR리츠 활성화를 통해 시장 충격을 줄이자는 입장에 대해서 반대하진 않는다"며 "다만 문제는 세제지원의 수준과 예산을 정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세제 지원엔 공공성과 책임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공공성의 경우 미분양 증가로 인한 시장 충격에 따른 금융시장과 거시 시장의 불안정성 완화를 위해 하기 위해 (세제지원을) 한다는 공공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문제는 미분양이 올해 5월 기준 6만8천여호 수준이며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9천호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R리츠가 도입된 2009년의 상황을 보면 당시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호, 준공 후 미분양은 5만호였다. 시장에 큰 충격이 예상돼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작동시킨 건데 지금은 그런 부분에 있어 공공성을 무엇으로 볼지 고민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또 하나는 책임성인데 최 부연구위원의 발표를 보면 당시 투자자들이 6.5% 내의 수익률 봤는데 그 당시 AA-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이 5.5%였고 DDD-가 15%대였다. 6.5%는 리스크에 대해 가져갈 만큼 가져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럼 이 지원에 대한 혜택은 누구한테 돌아갔을지 고려하며 CR리츠 구조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본부장은 "전체 미분양 중 84%가 지방 소재 물량이다. 미분양으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은 뻔할 것이고 부도기업이 6월 말까지 보면 종합업체가 5개나 된다. 작년 전체가 5개였는데 올해 최소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밖에도 파산과 회생을 신청한 기업이 많다"며 "건설업체 잘못이 아니냐고 하는데 물론 (건설업체) 책임도 있지만 미분양이 생기면 협력사와 3천개에 달하는 자재업계 등에도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츠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2009년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임대를 했다. 현재 그런 지원까진 요구하진 않고 리츠를 활성화하면 시중 자본으로 어느 정도 미분양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공적자금 투입 없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세금 면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선 정부가 아직 미분양 주택 증가 문제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미분양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리츠를 활용한다는 것은 지금부터 고민할 과제"라며 "여러 토론자가 세제지원에 대해 책임성과 공감대 등을 언급했는데 현재 정부에서 미분양 주택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현저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에 LH가 일부 강북구 주택을 매입했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굉장히 심했고 국가 매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많았던 상황"이라며 "미분양 문제에 대해선 리츠를 활용하든 공공기업이 개입하든 간에 어느 정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위기의식과 사회적 필요에 대한 문제제기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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