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구단은 감추기에 급급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사태 파악 및 대책 마련은 전혀 고심하지 않고 오직 구단이 전해오는 말에만 의존했다.
KOVO는 지난 9일 페퍼저축은행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26)의 '불법 물품 소지건'에 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니아 리드는 지난해 9월 27일 한국 입국 시 대마 성분이 함유된 'CBD 젤리'라는 식품을 소지해 인천세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후 10월 17일 인천 출입국사무소에서 진행한 1차 소변 검사와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식 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1월 30일 니아 리드의 불법 물품 소지 건에 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는 이달 6일 외국인청 출입국 사범 심사에서 니아 리드에게 4월 5일까지 출국할 것과 출국일 기준 1년간 입국 규제 조처를 했다.
적발부터 입국 규제 조처를 받기까지 약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해당 얘기가 외부로 흘러 나가지 않게 단속에만 힘을 쏟았다.
전임 김형실 감독과 이경수 감독대행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하면서도 보안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해당 제품 소지 및 복용이 니아 리드의 본국인 미국에서는 불법이 아니기에 한국에서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기 때문이다.
즉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페퍼저축은행이다.
니아 리드는 입국 당시 CBD 젤리 외에 USB 형태의 전자담배도 소지하고 있다가 세관으로부터 압수당했다. 해당 제품은 대마 성분이 들어간 카트리지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어 국내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다.
구단에 따르면 해당 전자담배는 니아 리드가 입국 전 친구에게 받은 제품으로 소지만 하고 있었을 뿐 사용하지는 않았다.
CBD 젤리 역시 니아 리드가 구매한 것이 아닌 그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로를 떠나 니아 리드는 반입이 금지된 물건을 알려진 것만 2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구단의 예상과 달리 1년 입국 금지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KOVO의 대처도 아쉽다.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V리그 개막 전 니아 리드의 내용을 KOVO에 전달했다.
KOVO는 현재 조사 단계고 큰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믿고 자체 조사나 대책 마련 등을 전혀 고심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에이전트 관련 가이드라인을 보면 '마약·약물복용 등의 위법행위 또는 심각한 부상 등의 계약해지가 될 수 있는 사항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여 선수를 추천하여야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니아 리드는 CBD 젤리가 한국에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라는 것을 몰랐을 수 있다. 계약과 더불어 선수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살피기 위해 에이전트가 존재하고, 그렇게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하지만 KOVO는 구단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이후 니아 리드 본인 혹은 에이전트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구단의 설명과 달리 사법기관에서 니아 리드의 고의성, 유통 목적에 무게를 두고 처벌을 내렸다면 KOVO는 더 큰 난관에 봉착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KOVO는 오직 구단이 전해오는 얘기에만 의존했다.
대체 선수, 혹은 다음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선수들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해당 부분을 에이전트들에게 고지할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
하지만 KOVO는 니아 리드는 현재 규정상 문제가 없다, 조사가 진행 중이니 그냥 기다린다는 자세만 취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