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의 첨단 IT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깊게 편입돼 있어 급변하는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컴퓨터, 반도체, 전기차 부품 등을 포함한 전기 및 광학기기 부문에서 전방참여율(forward participation rate, 2021년 기준)이 57%로 주요 선진국인 G20 중 가장 높았다. 글로벌 수출 상위 20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방참여율은 국내 수출품이 수출 상대국의 중간재로 사용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수출을 통한 공급망 참여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또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IT 등 첨단 IT 산업의 공급망은 장기적으로 이 두 나라를 중심으로 이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의 수출구조가 국내 생산제품이 중국을 경로해 제3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맞춰져 있어 향후 공급망 재편 양상에 따라 수출구조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기 및 광학 기기 부분에서 한국의 대(對)미국 부가가치수출 중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비중은 91.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제3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8.8%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중국 부가가치수출 중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비중은 70.4%인 가운데 제3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29.6%로 큰 비중을 차지해 미국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IT 산업 관련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파트너 국가와의 공조를 통해 현재 중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쌍순환 정책을 통해 자국의 내수 확대와 자체생산을 확충하고, 일대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라카 지역을 중심으로 자국에게 유리한 공급망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 내 공급망 수립 정책과 맞물려 한국기업들은 첨단 IT 산업 분야의 미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거나 이전할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으로 한국기업들이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국내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공급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간 무역구조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SGI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둔화되고, 중국의 자체 생산 확대 정책은 한국 수출업체와 중국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SGI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 속도에 맞춰 수출의 대중국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해 중국 시장 수출공략도 함께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발굴한다기보다는 중국 외의 추가 수출시장을 발굴하는 일명 차이나 플러스(China Plus) 혹은 차이나 앤드(China And) 차원의 수출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보고서는 일환으로 정부가 첨단IT 부문의 공적개발원조를 늘리면서 한국기업의 참여를 높여 한국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을 제시했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 국가 사이에서 한국기업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통상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외교정책 수립 시 한국기업의 니즈를 적극 수용하고 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기업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창구을 상시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SGI는 미국으로의 투자확대에 따른 국내투자 축소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진출 한국기업과 국내 생산기업과의 생산체계도 긴밀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이 미국 진출시 현지의 미국기업과 공급망을 구축하면 국내투자 및 국내 생산능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첨단IT산업 분야의 국내 중간재 생산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기업활력법과 연계해 첨단IT 부문으로 기업의 사업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중국을 고려하는 기업에 대한 국내 유인정책도 제시했다. SGI 김경훈 연구위원은 "탈중국을 고려하는 중국 내 해외법인들은 여전히 중국 내수시장 확보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인프라가 좋은 한국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유인하기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기업이 국내로 이전되면 동반진출했던 협력사의 국내 복귀도 많아질 것으로 보여 대기업에 대한 리쇼어링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대기업에게 제공되지 않는 고용창출금, 입지보조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해외기술기업과의 M&A 활성화에도 나서야 한다"며 "기술기업과 M&A는 단시간에 한국기업의 기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해외기술기업의 가치가 급성장해 이들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조달이 필요하므로 기술기업 투자 전용 메가펀드를 우선적으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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