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피감기관장 태도가 상당히 불성실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대답을 하고 있다.", "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제탑이지 전망대 아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에 이 같은 질타를 가했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도 감사원의 공공기관 개인정보 과잉 수집에서 비롯된 '보복성 감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개인정보위가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질의가 오가는 과정에서 고 위원장의 원론적인 답변이 문제가 된 것.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은 공직자 7천여명의 5년간 철도시설 이용 내역을 감사원에 제출했다"며 "감사원은 공공부문 근태 불량 점검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일부 공직자의 경우 민간인 시절 이용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감사원은 민간 시절 자료가 일부 포함된 것을 확인했고 발견 즉시 폐기했다고 언급했는데 결국 무리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라며 "이같은 행위에 대한 위원장 의견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정보수집에 관한 근거가 있을 때 감사원법 등 개별법을 따라야 한다"며 "사안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으므로 일괄적으로 적법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고 위원장은 "민간인 신분임을 인지하거나 민간 시절 이용 내역을 알 필요가 없음에도 요청했다면 문제 가능성이 있지만 사후적으로 인지했다면 또 다른 문제"라면서 "인지한 시점에서 관련 정보를 파기했는지 여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피감기관장 태도가 상당히 불성실하다"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답변으로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도록 만들고 있다. 자격도 없는데 위원장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감사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며 "상식적인 사안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이 답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조직을 운영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고 위원장에게 감사원 고발 조치 여부를 물었다. 양 의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료를 수집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 쟁점"이라며 "검찰에서도 법원에 영장 청구 단계를 거치는 데 감사원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폭주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용자가 코레일에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은 열차를 탑승하기 위한 것이지 감사원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개인정보위"라면서 "감사원이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위원회가 법률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종합감사 전까지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이 감사원 이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구하자 이날 오후 개인정보위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개인정보위는 "감사원은 감사원법과 감사규칙에 의거해 코레일 등으로부터 당사자 동의 없이도 주민등록번호 탑승 정보 등 개인정보의 수집‧제공‧처리가 가능하다"며 "보호법 제3조에 따라 감사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해야 하고 익명‧가명정보 처리 우선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시절 이용 내역 수집에 대해선 "감사목적과 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인 신분임을 알고도 당시 정보까지 수집했다면 보호법상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보호법 21조에 따라 목적 달성 시 개인정보는 파기해야 한다"며 "코레일 등은 목적 외 제공을 이뤄진 시점부터 30일 이내 제공한 개인정보 제공근거와 목적, 범위 등을 관보 또는 인터넷 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구체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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