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시장이 3강으로 재편되면서 정부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경쟁요소가 필요했다. 그 대안으로 이동통신재판매사업(MVNO)이 화두로 제시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부터 통신요금 인하 방침에 맞춰 MVNO의 활성화 대책을 강구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기본료를 1천원 인하하고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놓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기는 했으나 궁극적으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인하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MVNO 활성화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재정비했다. 해당 조항에 따라 통신망 도매판매액 기준을 결정해 발표했다. 아울러 MVNO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별정 4호’ 자격을 부여했다.
사실 MVNO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다. 이미 별정사업자가 존재했기 때문.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이 바로 별정사업자들이었다. KT의 경우 프리텔레콤과 에버그린모바일, 위너스텔, 에넥스텔레콤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고 LG유플러스는 몬티스타텔레콤 씨엔엠브이엔오 등이 별정사업자로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다만, 이같은 별정사업자들은 대부분 요금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별정 2호’ 사업자들이었다. 이통사에서 망을 임대해서 대신 판매를 대행하는데 그쳤다. 요금제를 따로 설계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으나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별정 4호’는 기존 별정사업자보다는 한단계 더 나아간 모델이다. 통신사에 망을 임대받고 그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비슷하나 스스로 통신설비를 갖추고 직접 요금제를 설계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사업자를 가리켰다.
만약 통신사가 제공하는 망 도매대가가 저렴한 수준이라면 이미 설비를 모두 마련한 사업자의 경우 할인율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 대체적으로 기존 이통사 요금제보다 20~30% 더 저렴한 요금제 설계가 가능했다.
게다가 정부는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MVNO 진입 유인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을 망 도매의무제공자로 지정한 정부는 MVNO를 통한 요금 인하가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 MVNO, LTE와 동반출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첫 LTE 전파를 쏘아 올린 2011년 7월 1일은 별정 4호 자격을 획득한 사업자가 MVNO 사업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망 도매의무제공사업자로 지정된 SK텔레콤은 MVNO 사업자인 아이즈비전과 손잡고 선불 요금제 시장에 진출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별정 4호에 해당되는 사업자들과 MVNO 저변을 넓혔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비싼 LTE 요금제 대신 무제한 데이터 사용이 포함된 3G 요금제가 높은 인기를 끌었고, 이보다 더 저렴한 3G 요금제 또는 2G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MVNO로의 이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7월 21일 MVNO 활성화를 위해 도매제공 가이드라인을 의결하고 다량구매할인율, 데이터 전용 도매대가 등의 후속조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MVNO 사업이 초기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단말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량을 판매해야 하는 MVNO 사업자들은 제조사로부터 플래그십 계열의 비싼 스마트폰을 규모에 맞게 가져올 수도 없었고, 중보급형 단말을 수급하려니 이통3사(MNO)의 보조금 경쟁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이통사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나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낮았다. MVNO를 대표할 수 있는 사업자 부재도 흥행을 가로막는 난관이었다.
◆ MVNO의 새이름…'알뜰폰'
MVNO 사업이 부상한 첫 전환점은 CJ의 참전이었다.
2012년 1월 CJ계열의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이 MVNO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CJ헬로비전은 MVNO 브랜드를 ‘헬로모바일’로 세우고 CJ 콘텐츠를 지원하는 한편, CJ ONE카드와 결합해 멤버십 혜택까지 제공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지난해 플래그십 모델인 삼성전자와 팬택, KT테크 등의 단말을 수급해 공급했다. 즉,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와 비슷한 마케팅 전략 구사가 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같은 기류에 편승해 방통위는 MVNO 명칭의 난해함으로 새 이름 찾기 공모에 나섰다. 4월부터 5월까지 공모전을 개최했으나 최우수상 시상 기준에 부합하는 명칭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신 우수상을 수상한 명칭 중 가장 부르기 쉽고 취지를 잘 살린 ‘알뜰폰’이 최종 낙점됐다. 이 때부터 MVNO는 ‘알뜰폰’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불렸다.
CJ헬로비전과 마찬가지로 온세텔레콤 역시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을 출범시키며 MVNO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차기 전환점은 대기업의 참전, 즉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참여였다. 이통3사는 6월부터 계열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전개했다.
방통위는 초기 이통 계열사의 시장진입을 유예했다. 중소기업 또는 비 이통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10개월 가량 유예기간을 설정했다는 점과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또 법적 안정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어 기간통신사업자의 계열회사 참여를 인정했다.
대신 결합판매 행위제한, 판매영업 관련 공정경쟁 의무, 도매제공 용량제한, 제공서비스 제한 등의 공정경쟁에 관한 조건 4가지를 부과했다.
이통사 계열사의 알뜰폰 참전과 함께 나날이 늘어나는 LTE 가입자 등살에 기존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이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 역시 LTE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LTE망에 대한 도매제공을 발표하고, LG유플러스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에 따라 9월 CJ헬로비전이 헬로모바일을 통해 LTE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도 LTE 시대를 맞이했다. 다만, LTE는 전국망이 막 완성된 시기였기 때문에 망도매제공대가가 2G, 3G 대비 비쌀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초기 이통사와 알뜰폰의 LTE 요금제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뜰폰은 출범 3년만에 15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알뜰폰 사업자 수는 20여개로 늘어났다.
◆ 우체국, 알뜰폰 전면에 서다
알뜰폰이 미약하게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활성화를 가속화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다. 미래부는 방통위의 일부 역할을 이관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알뜰폰 진흥책이었다. 최문기 초대 미래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알뜰폰 단말을 늘리고 유통망을 확대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통신비를 인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정부는 수많은 알뜰폰 사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이 모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가 2013년 9월 24일 출범한다. 협회는 운영분과, 유통분과, 제도분과, 선불분과 등 4개 분과 위원회로 구분돼 각각의 역할을 하는데 집중했다.
또한 서비스 측면에서는 유통채널이 좁고 접근성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전면에 섰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에 포진한 우체국을 기점으로 알뜰폰 수탁판매를 계획했다.
2013년 9월 27일 우본은 우체국을 통해 6개 알뜰폰 업체와 17개 단말, 18개 요금제를 내놓고 수탁판매를 개시했다.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시작 10여일만에 6천대 이상이 판매됐다. 이를 통해 그해 연말 알뜰폰 가입자는 250만명을 돌파했다. 기존 가입자 상승률에 약 2배 이상이 뛴 결과였다.
2014년 3월 알뜰폰 가입자 300만 시대를 열고,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게다가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순차 영업정지가 이뤄지면서 반사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같은해 10월 1일 시작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으로 인해 자급제가 활성화되면서 알뜰폰에게도 재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7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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