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TV 시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수요 절벽'에 직면했다.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와 스포츠 이벤트 등 긍정적인 이슈가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시장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분기 TV 사업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2년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pent up·보복소비) 효과로 호황을 누렸던 것과 대조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가전 사업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8천300억원, 3천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7%나 떨어졌다.
LG전자의 경우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28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HE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3조4천578억원, 영업손실 1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4.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3천317억원에서 큰 폭 하락하며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TV 1·2위 업체로, 최근 1~2년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을 키워왔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삼성전자는 32.9%, LG전자는 17.7%의 점유율로 각각 1,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TV 시장이 급격하게 쪼그라든 가운데 선진 시장의 판매 부진이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패널가 하락으로 원재료값은 줄었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비용 증가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올해 TV 출하량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TV 출하량이 2억879만4천 대로, 전년 대비 474만3천 대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옴디아는 지난 3월 연간 TV 출하량이 2억1천163만9천 대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는데, 전망치를 더욱 낮춘 것이다.
트렌드포스의 경우 TV 출하량을 2억1천200만 대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기존에 출하량을 2억1천700만 대로 관측했지만, 2억1천500만 대로 한 차례 하향한 데 이어 한 번 더 전망치를 낮췄다. 앞으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과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수요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소비 심리가 약화해 시장 내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카타르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성수기 시즌을 통해 상반기 부진했던 것을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에 TV 물량 감소와 원가 상승, 물류비 상승 등 원가구조 악화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며 "3분기 TV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2분기 TV 판매 부진과 LCD TV 가격 하락,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재고조정 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3분기 OLED 판매 확대와 LCD 패널 가격 하락이 본격 반영됨에 따라 원가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하반기 시장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8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TV 시장은 성수기 진입과 스포츠 이벤트 개최로 기회 요인이 있지만,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변수가 많아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중국 시장,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지속되며 하반기 세트 부문의 양적 성장도 불투명하다"며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전략에도 경쟁 심화로 마케팅비를 줄이기 쉽지 않고, 물류비 역시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보합권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이벤트 등이 수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큰 회복세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나 이미 TV, 가전에 대한 교체가 이뤄진 만큼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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